항공기 띄우지도 못하고 존폐위기…신생 LCC 곡소리
by이소현 기자
2020.08.26 18:12:09
에어로케이, AOC 10개월째 답보..에어프레미아, 항공기 도입 지연
플라이강원, 양양發 3개 노선 취항..코로나19 재확산에 예약취소↑
[이데일리 이소현·송승현 기자] 작년 3월 신규 면허를 받은 신생 저비용항공사(LCC)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플라이강원은 예약률이 급감하고,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운항증명(AOC) 발급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양사는 항공기를 띄우지도 못하고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로케이의 AOC(항공운항증명) 발급은 10개월째 답보 상태다. AOC 발급은 대체로 6개월 안팎으로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로케이의 운항허가 지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에어로케이와 함께 면허를 발급받은 플라이강원은 6개월여 만에 AOC를 마쳤다.
AOC는 항공시장 진입의 마지막 단계다. 연내 취항을 목표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국토교통부가 운항을 허가해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AOC를 신청해 50시간 시험비행까지 끝마치는 등 항공운항능력 점검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면서 AOC 발급도 미뤄졌다. 애초 7월에 도입하기로 했던 보잉 B787-9 항공기가 코로나19 여파로 제작사의 일정에 변동이 생겨 이르면 9월 말에 인도받아 AOC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안전을 담보로 한 중요한 심사라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두 곳의 AOC 발급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아직 규정에 따른 절차가 남아서 당장 9월 안에 AOC 발급이 이뤄진다고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3곳에 신규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지난해 11월 양양~제주 노선에 첫 취항한 플라이강원과 달리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2년 내 신규 취항을 하지 못하면 기존 면허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국토부는 내년 3월까지 에어로케이가 AOC를 발급받지 못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플라이강원은 양양~제주, 양양~김포, 양양~대구 노선 등 기존 LCC가 취항하지 않는 노선을 틈새 공략해 성공적으로 취항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발목이 잡혔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양양~제주 노선을 증편하는 등 국내선 예약률이 많이 올라 8월 전체 노선 예약률은 92%까지 달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해지며 현재 예약취소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LCC와 달리 정부의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점도 신생 LCC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매월 고정비만 업체별로 최소 20억에서 최대 40억원까지 들어가는데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 정부는 LCC에 지원하기로 했던 3000억원 중 2500억원을 집행했는데 추가 자금에 대해서는 기존에 지원한 업체를 기준으로만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신생 LCC업계 관계자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항공업계에서는 대형항공사 위주로 지원이 편성돼 신생 LCC는 아예 지원명단에도 배제된 상태”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원을 위해서는 보증이 필요한데 신생 LCC 중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지원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힘들 것”이라며 “플라이강원은 그동안 자본잠식 수준을 어느 정도 낮춰왔기 때문에 LCC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당장 지원은 어려운 상태로 강원도와 협의해서 투자자를 물색하는 게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플라이강원은 오는 12월까지 인건비에 대해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이를 기반으로 교차 휴직을 실시하고, 강원도에서 제3회 추가경정예산으로 배정한 운항장려금 30억원을 지원받아 운전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성길 플라이강원 공동대표는 “리조트 개발과 관련한 새 투자자의 지원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180억원 규모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에어서핑에 이어 에어요트, 에어단풍, 에어스키 등 패키지 상품 개발을 구상하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기존 투자자금이 바닥나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금난 해소에 나섰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기존 주주 배정 방식으로 100억~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사모펀드로부터 6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사업현황 악화로 어려워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8개 항공사 간에 경쟁이 치열해도 국제선 탑승률이 연간 평균 80%가 넘는 등 수요가 뒷받침돼 경영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 파산하는 항공사도 나올 우려가 크다. 내년 상반기까지 누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