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억 차이인데"…등록금 반환 적립금 기준에 희비 엇갈린 대학들

by신중섭 기자
2020.07.30 16:51:48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교육부가 대학의 등록금 반환 지원을 위해 확보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누적적립금 1000억원 이상의 대학에는 주지 않기로 하면서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건양대는 불과 44억원의 적립금이 더 있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하는 반면, 아주대는 46억원 차이로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누적 적립금 100억원 이상 일반대학 현황(2020년 2월 기준, 단위: 억원, 자료: 대학교육연구소)

교육부는 30일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3차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 1000억원을 학생들과 등록금 환불·감면, 특별장학금 지급 등에 합의한 대학에 나눠주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계획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에 760억원을, 전문대학에 240억원이 투입된다. 관련 예산은 일반대학 187곳, 전문대학 125곳 등 총 312개 대학 중 오는 9월까지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지원한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학생들과의 합의도 전제돼야 한다. 지난 2018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지원된다.

특히 대학 중 누적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대학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누적 적립금 1000억원 이상의 4년제 대학은 20곳으로 이들 대학은 각자 적립금을 허는 등 자체 노력만으로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 홍익대가 7570억으로 가장 많았으며 20위인 건양대의 적립금은 1044억원이었다. 21위인 아주대는 954억원으로 불과 46억원 차이로 상위 20개 대학에 포함되지 않았다.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에 아슬아슬하게 포함된 대학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부정축재 없이 학생들에게 줘야할 돈을 다 줘가면서 알뜰히 모아온 돈인데 마치 당연히 줘야할 돈을 몰래 쌓아둔 취급을 받고 있다”며 “적립금이 1000억원을 조금 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제된다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적립금은 정해진 목적에 따라 적립·사용토록 돼있다”며 “용도 전환을 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 건축이나 연구기금 등 다른 목적을 위해 모아둔 돈을 다른 곳으로 빼쓰면 각종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세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누적 적립금을 기준으로 상위 몇개 대학을 일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신히 지원 대상에 포함된 대학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적립금이 1000억원 미만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업을 신청할 자격은 얻게 됐지만 신청한다고 무조건 주는 건 아니다”라며 “교육부도 지원 과정에서 학교의 실질적 자구노력을 엄격하고 깐깐하게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오는 9월 18일까지 대학별 사업계획서를 받아 이를 심사한 뒤 10월 중으로 대학별 지원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각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는 △특별장학금 지급 실적 △재원 조달 내역 △사업비 집행계획 △2학기 원격강의 운영 계획 등을 담을 수 있다.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사업비는 온라인 강의 질 제고나 학교방역, 교육환경 개선, 실험실습기자재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