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내고 보자”…깜깜이 공약 판치는 반포3주구 재건축
by황현규 기자
2020.04.28 17:12:45
삼성물산 “관리처분인가까지 3개월”
대우건설 “재건축 리츠 사업”
현실화 가능성 미지수 지적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건설사들의 ‘깜깜이 공약’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주 먼저 따내자”며 현실 가능성 낮은 공약을 내놓고 있어서다. 삼성물산(028260)과 대우건설(047040)은 각각 ‘준공 후 분양·사업기간 단축’과 ‘재건축 리츠 카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조합 측에 ‘100% 준공 후 분양’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후분양은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이뤄지는 일반적인 후분양과 달리 아예 모든 공사를 끝낸 후 입주자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이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통제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합 부담금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만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HUG의 통제보다는 비교적 높은 분양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
다만 사업비를 조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삼성물산은 조합원 총회에서 결의하는 사업비 전체를 책임지고 조달하겠다며 ‘초강수’ 제안까지 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준공 후 분양은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며 “다만 대규모 사업비를 저금리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재무구조가 건전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사업 기간도 1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공사도급계약 체결 이후 관리처분인가까지 3개월 만에 진행하고, 실제 공사기간도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에 제안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투시도.(사진=삼성물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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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파격 제안은 ‘재건축 리츠 사업’ 공약을 내건 대우건설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재건축 리츠는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분을 리츠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후 운영기간 종료되면 일반에 매각할 수 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조합은 재건축 리츠 사업을 통해 일반분양분을 감정평가 금액을 기준으로 리츠에 현물 출자하게 된다. 이후 이를 주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며, 운영 기간 중 발생하는 임대 수익 등의 추가적인 수익도 누릴 수 있다. 또 해당 리츠는 일반인에게 공모할 수 있다.
이후 일정 기간 임대 운영을 마친 뒤 분양가 상한제 적용없이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시세 수준)로 임의 분양까지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리츠는 조합이 공급하는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재건축 아파트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 효과뿐 아니라 국토부의 간접투자를 활용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조에도 부합하는 사업 모델이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제안이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삼성물산이 제안한 사업 기간 단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건축사업의 경우 시공사 선정 후 △시공사 공사도급계약체결 △감정평가 업체선정 및 감정평가 △조합원분양신청 △관리처분 총회책자발송 및 총회 △관리처분인가 접수 △관리처분인가 등을 거쳐야하는데, 최소 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관리처분인가까지 3개월이 걸린다는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제안도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이 제안한 리츠 사업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도“일반 분양을 기다려온 청약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릴 수 있는 사업 방식”이라며 “원베일리의 통매각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재건축 리츠 사업도 신중하게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강남권 아파트’의 상징성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사업지는 수주 자체로 수익성과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며 “우선 수주를 따내자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