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계 전설, 백악관 ‘뒷얘기’ 폭로…트럼프 "가짜출처·사기·속임수"(종합)

by방성훈 기자
2018.09.05 18:21:25

밥 우드워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후폭풍
백악관 참모진 “트럼프는 바보·거짓말쟁이” 조롱·비난
"트럼프 행동·의식 5~6학년 수준…서류 훔쳐도 몰라"
트럼프·백악관·참모진 "사기·날조·속임수" 반박·맹비난
11일부터 판매…아마존서 이미 ''톱...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 저자인 밥 우드워드(왼쪽)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 권의 책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백악관 내부 혼란상을 폭로한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주를 이루고 있어 11월 중간선거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책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또 출간 시점이 오묘하다면서 정치적 의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우드워드는 미국 역사상 최대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다양한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백악관 참모진들이 재앙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어떻게 억제시켰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충돌과 갈등이 일어났는지 등 적나라한 뒷얘기들을 책에 담았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우드워드 이 책의 사본을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책에서 묘사된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안정한 바보(idiot)”라고 조롱했다. 또 백악관 생활을 ‘미친 도시(crazytown)’에서의 삶으로 묘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이해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비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듣지 않는다”며 사임했던 ‘러시아 스캔들’ 변호사 존 다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빌어먹을 거짓말쟁이(fucking liar)”라고 비난했다.

공개된 내용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밝혔지만 파장은 컸다. CNN은 “우드워드가 전한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동안 주류 언론이나 다른 서적들을 통해 그려진 것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면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백악관 직원 및 행정부 관료들이 전한 백악관 내부의 일상적 불화와 암투가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드워드의 저서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게리 콘 전(前)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재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서한을 몰래 빼냈다. 즉각 발효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류가 사라진 것조차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물었다. 매티스 장관과 참모들은 “알래스카에서 15분 걸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 감지를 주한미군은 7초 안에 할 수 있다”,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며 설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의장을 나와 “대통령이 5~6학년의 행동과 이해 수준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들에게 화학 공격을 단행한 뒤엔 흥분한 상태로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시리아 대통령을 암살하고 당장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즉시 착수하겠다”고 전화를 끊은 뒤 전통적 방식인 공습을 택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만에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대북 선제공격 계획을 요청해 당황시켰으며, 참모들의 만류에도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비꼬았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 켈리 비서실장 등 책에 언급된 인사들은 성명을 내고 관련 사실들을 부인했다. 매티스 장관은 “내가 우드워드의 책에서 대통령에게 경멸적인 말을 했다고 나오는데 나는 결코 그런 적이 없다”며 “이 책은 워싱턴 브랜드(워싱턴 정가)가 발간한 소설”이라고 지적했다. 롭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이나 국방부 소속 누구와도 책에 인용된 내용과 관련해 인터뷰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불만을 가진 많은 전직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말한 것들”이라며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암살 제안과 관련해 “시리아 공격과 관련된 모든 대화에 참여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켈리 비서실장, 매티스 장관, 샌더스 대변인의 성명문을 잇따라 게재한 뒤 “우드워드 책은 이미 매티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의 반박으로 신뢰를 잃었다. 인용된 내용은 사기, 대중들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인용 문구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티스 장관이 우드워드의 주장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우드워드의 책을 ‘소설’, ‘누군가의 풍부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의 저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서적은 아마존에선 오는 11일부터 판매되는데 벌써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우드워드는 민주당의 공작원인가? 타이밍을 재는 건가?”라고 적었다. 또 “이미 수많은 거짓과 가짜 출처로 신뢰를 잃은 우드워드의 책에서 내가 제프 세션스(법무장관)에게 ‘정신박약’, ‘무식한 남부 주민’이라고 말한 것으로 그려졌다. 나는 제프를 포함한 그 누구에도 그러한 용어를 쓴 적이 없다. 아울러 남부 주민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보도 이후 책 내용은 미국 언론 대다수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우드워드를 향한 TV방송 인터뷰 요청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드워드는 책과 관련해 이날 CBS와 첫 TV방송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이 앞다퉈 우드워드의 신간을 집중 보도하는 데에는, 워터게이트를 파헤친 우드워드의 이름값과 책 내용이 민감하다는 이유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던 탓이 크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가짜뉴스 NBC의 ‘졸린 눈(Sleepy Eye)’ 척 토드가 비난은 그만두고 싸움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은 말이지 척, 그들은 내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을 때부터 그랬다”고 밝혔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