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부터 돌봄까지 국가가 책임진다…100조대 재원 마련이 관건

by이지현 기자
2017.09.18 20:02:45

치매안심센터 252곳으로 확대
등급외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
연말부터 환자별 맞춤 서비스 제공
65세 이상 72만명..2050년엔 271만명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복지부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문재인 정부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국가가 돌보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한다. 2050년 치매 인구 271만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치매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고통받는 가구가 급증한데 따른 조치다.

현재 경증 치매환자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중증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자기부담금을 대폭 경감한다는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가가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올해말부터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252곳으로 확대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개인과 가족이 전부 떠안으면서 많은 가정이 무너졌다”며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한 어르신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2만 5000명(유병률 10.2%)으로 추산된다. 2012년 전국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2050년까지 20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20년 약 84만 명, 2030년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271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인구고령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곧 치매유병율의 증가를 의미한다. 치매의 유병률은 65세를 기준으로 5세가 증가할 때마다 거의 2배씩 증가해 65~69세 사이는 3.6% 이었지만, 85세 이상에서는 30.5%로 급격히 증가한다.

치매 관련 비용 지출도 늘고 있다. 2011년 발표된 ‘치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치매관리비용은 2010년 기준 약 8조 7000억원으로 10년마다 두배씩 증가해 2050년에는 약 134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현재 신체기능 중심으로 치매 등급을 1~5등급으로 나눠 장기요양보험을 지원했던 치매등급판정제를 개선해 등급외 치매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체기능이 양호한 경증 치매환자도 신체기능 유지와 증상악화 방지를 위해 인지활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간호사의 가정 방문 복약지도나 돌봄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부터는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치매환자와 가족에 대한 1대1 맞춤형 상담·사례관리도 하기로 했다. 또 보건소에서는 치매 선별검사에 그치지 않고 전문병원과 정보 공유를 통해 심리검사, 영상검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 5년까지 치매환자의 치료 경로를 관리하기로 했다.

치매 환자나 가족이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든 치매 관련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와 129 보건복지콜센터를 연계한다. 나아가 252개 치매안심센터까지 연계되는 핫라인을 구축한다.

치매안심센터 업무 흐름도
치매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과 요양시설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치매 중증환자를 위해 현재 34개소에 불과한 치매요양시설을 공립요양병원의 기능 확충을 통해 치매안심공립요양병원으로 변경하고 올해 연말까지 7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함께 현재 1898개에 불과한 치매병상을 연말까지 총 3700여개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치매환자가 내과, 외과, 치과 같은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함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키로 했다. 최대 60%까지 높았던 중증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10월부터 10%로 낮추고 신경인지검사는 10월부터, MRI와 같은 진단검사는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치매환자 가정에서 특히 많이 필요로 하는 기저귀 같은 용품에 대해서도 지원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 등 복지용품 구입이 불가피하지만 요양시설에서 치료받지 않는 치매환자는 이를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아울러 전국 352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75세 이상 독거노인, 인지기능저하자 등 필요로 하는 모든 노인에게 미술, 원예, 음악 등 인지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66세가 도래하면 받는 국가건강검진 인지기능검사의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검사결과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계헤 체계적인 도움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치매의 원인 규명, 예방, 조기진단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를 대폭 늘리고, 치매치료와 돌봄기술 연구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가치매연구개발 10개년 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키로 했다.

임인택 노인정책관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치매환자 병상을 어느정도 확충할 것인지, 지역, 치매노인수, 확충계획을 시뮬레이션 중”이라며 “시뮬레이션과 재정투자계획 등이 완료되면 그때 다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