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권교체 선물 들고 ‘그리운 노무현’과 만난다

by김성곤 기자
2017.05.22 16:52:47

22일 하루 휴가 내고 경남 양산 사저서 정국구상
내각 구성 관련 인재 발탁 및 외교안보 현안 해법 고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현직 대통령 첫 참석
지역주의 극복·국민통합 메시지 조심스러운 관측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1월 29일 오후 설 연휴를 맞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 노무현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19대 대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각별하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 대통령은 의도치 않게 정치의 길에 뛰어들었고 대선재수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제19대 대통령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22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하루 휴식을 가진 후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귀경할 예정이다.

여름휴가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휴가는 극히 이례적이다. 역대 대통령 역시 건강상의 이유 이외에는 휴가 사용이 드물었다. 문 대통령은 22일 연차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연간 21일의 연차 중 하루를 사용한 것. 지난 대선 과정은 물론 10일 취임 이후 숨돌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왔기 때문. 문 대통령은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마을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오후에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경남 양산 상북면에 위치한 천주교 하늘공원묘지 내 선영을 참배한 데 이어 오후에는 부산 영도의 어머니댁을 방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양산행은 말이 휴가이지 향후 정국운영을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다. 21일 경제부총리와 외교부장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정책실장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내각 인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내각과 청와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초기 인사는 파격과 탕평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향후 내각구성에서도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참신한 인재의 발탁을 위한 심사숙고의 시간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6월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 북핵 해법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해법도 고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참여정부 말기 대선 참패로 ‘폐족(廢族)’의 오명을 뒤집어썼던 친노세력이 분명한 정치적 부활을 거쳐 자랑스럽게 노 전 대통령을 찾는 것. 정권교체를 선물을 듣고 노 전 대통령에게 대선승리를 공식 알리는 자리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인 지난 3월말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영남권 순회경선 연설에서 “정권교체 뒤 노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겠다”며 강조한 바 있다.

관심은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 여부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 발표에서 예상치 못한 파격이 속출했다는 점에서 정국을 뒤흔들 깜짝 메시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인 추도사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이 평생 추구해왔던 지역주의 극복 및 국민통합과 관련한 파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새 정부 순항의 밑거름이 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던지는 메시지의 파급력에 따라서는 새 정부 국정운영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이 문 대통령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