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베네수엘라에서 생존형 비트코인 채굴 유행
by차예지 기자
2017.09.04 17:02:27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생계형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CNBC는 비트코인이 5000달러에 근접한 가운데 수천명의 베네수엘라인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남미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던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난에 빠지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볼리바르의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생필품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굶주린 베네수엘라인들은 플라밍고와 개미핥기까지 잡아먹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라더’라는 29세의 한 가장은 월 43달러의 공무원 월급으로는 그의 딸과 부인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하지 못해 가상화폐 채굴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직장 컴퓨터로 불법적으로 채굴을 하던 그는 이내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집에서 개인 장비로 채굴을 하고 있다.
브라더는 “내 딸 때문에 직장에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리스크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애를 위해 이것을 해야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베네수엘라에는 비슷한 사례가 많이 있다. 40세로 무직인 데이비드 페르난도 로페즈에게는 채굴만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었다. 그는 “이더리움 채굴기로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다. 이것은 팩트”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페레즈는 세 가지 일을 하지만 수입의 80%(약 120달러)는 비트코인 채굴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언론인 마테오 파티노는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기자 월급의 3배를 벌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상화폐 채굴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가 전기료를 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채굴에는 채굴장비 비용과 전기세가 필요한데 이중 전기세가 저렴한 점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채굴 방법을 알려주는 커뮤니티인 ‘비트코인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랜디 브리토는 “사람들은 본업을 통해 간신히 입에 풀칠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채굴이 가족을 위해 예측가능한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처음 10명으로 시작했던 그의 커뮤니티는 현재 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등록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은 베네수엘라에서 합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채굴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체포된 채굴자들은 에너지 절도와 밀수품 소유 혐의로 구금됐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채굴을 이유로 체포된 사람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채굴에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전력량을 모니터하고 있다가 체포에 나선다고 CNBC는 전했다. 경찰 당국은 대부분의 사례에서 용의자들은 “허가 없이 자원을 부당하게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일부 채굴자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가상화폐를 볼리바르 가치 하락을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채굴자들은 텔레그램 등 암호화된 메시지앱을 사용하고 가상화폐 커뮤니티도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경찰의 체포 위협에 ‘브라더’는 채굴장비를 3곳의 다른 장소에 나눠놓았다. 로페즈는 신변안전을 위해 채굴을 그만두고 가상화폐 거래만 하고 있다.
파티노는 “채굴자들이 사기 혐의로 체포되며 비트코인 채굴이 첩보 영화같은 것이 되버렸다”며 “많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기소됐고, 많은 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