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코인 사기’ 하루인베스트 경영진, 혐의 부인

by이재은 기자
2024.03.19 20:36:41

피해자 “전 재산 묶이고 삶은 엉망진창”
하루인베스트, 원금보장·15%수익 홍보
특정 개인에게 자산 70~90% 몰빵 투자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고객들로부터 1조4000억원대 코인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가상자산예치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 경영진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하루인베스트 운영업체 공동대표 A(44)씨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자세한 내용은 증거 열람 등사를 마친 뒤 말씀드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 측 대표 유모씨는 “저희는 전 재산이 묶인 채 하루하루 절박하게 살고 있다”며 “유명을 달리한 분도, 이혼한 분도 있으며 삶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 재산이 묶여 있는데 어떻게 된 건지 피해자들은 이 사태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재판장님이 피해 변제 방법에 대해 한 번이라도 신문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배상명령 신청에 대한 입장을 말해 달라’고 하자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부와 연관되겠지만 재판부가 기각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법정이 소란스러워지자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변제하는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들의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라고 했다.

A씨 등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 출금을 중단할 때까지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하면 무위험 운용을 통해 원금을 보장하고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고객들을 속여 1조4000억원 상당의 코인을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하루인베스트가 ‘무위험 차익거래’와 ‘분산 투자’를 내세워 코인 가격의 등락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홍보해 1만 6347명의 코인을 유치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 중 한국인은 5034명, 외국인은 1만1313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코인을 맡겨두면 은행처럼 최대 연 15%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도 보장한다’는 홍보 내용과는 달리 특정 개인에게 자산의 70~90%를 위탁해 ‘몰빵’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인베스트 직원 대부분은 고객 유인 업무를 맡은 이들이었으며 코인 운용 담당 인력은 1~2명밖에 되지 않았다.

A씨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은 오는 4월 19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