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봤자 또 바뀐다”…여야, 당명교체 잔혹사(종합)
by김성곤 기자
2017.02.09 15:45:39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당명 교체…정의당 제외 모두 당명 변경
90년대 이후 與 5번 교체…野 25년간 무려 10번 교체
여야 당명, 과거 한자어 조합에서 순우리말 선호 트렌드로 변화
‘대선 승리’ 새누리당, 대박 사례…‘대선참패’ 대통합신당 쪽박사례,
| 여야 4당 로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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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통령 탄핵과 분당으로 만신창이가 된 새누리당이 당명을 교체했다. 새 당명은 ‘자유한국당’이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꾼 지 5년만이다. 재미있는 점은 야당에 이어 새누리당마저 당명교체를 선택하면서 지난해 4월 20대 총선 이전 존재했던 여야 당명은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 실제 20대 총선 이전만 해도 여야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대 양당체제였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당을 거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재탄생했다. 새누리당 역시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 속에서 탈당파가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새누리당 역시 자유한국당으로 변화를 선택했다. 역설적인 현존 정당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정의당조차 2012년 10월에 탄생한 다섯 살배기 꼬마라는 점이다.
◇여야, 선거 앞두고 불리하면 예외없이 ‘당명교체’ 선택
여야는 창당 때마다 백년정당을 표방했지만 뻑 하면 당명교체를 선택했다. 미국의 공화당·민주당, 영국의 보수당·노동당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 때마다 정치적 위기탈출 또는 이합집산에 따라 당명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횟수의 차이만 있을 뿐 여야 모두 예외는 없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데도 당명이라는 포장지만을 바꾼 셈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1990년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이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을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문민정부 시절 신한국당으로, 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2년 총선 직전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교체한 데 이어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했다. 평균 4년에 한 번꼴로 당명이 바뀐 셈이다.
반면 야권의 당명변화는 사실상 누더기 수준이다. 1991년 평민당과 3당합당에 반대한 꼬마민주당이 힘을 합쳐 ‘민주당’을 탄생시켰다. 이후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분화했다. 97년 대선에서 승리한 새정치민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으로 확대 개편됐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또 분화했다. 2007년 대선 대통합민주신당, 2008년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2010년 지방선거 민주당, 2012년 총선·대선 민주통합당, 2014년 지방선거 새정치민주연합, 2016년 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으로 분화했다. 25년 동안 무려 10번이나 바뀌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명교체는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는다”면서 “당명교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정당의 못된 습관이다. 내용이 바뀌지 않은 인상 비슷한 일이 재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대박사례 vs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 쪽박사례
국내 정당의 당명은 자유(自由), 민주(民主), 정의(正義), 공화(共和), 통일(統一), 선진(先進). 한국(韓國), 평화(平和), 신(新) 등 한자어를 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국민들의 쉽게 알 수 있고 약칭 사용도 편했기 때문. 특히 현 야권의 전신 정당은 당명에 반드시 ‘민주(民主)’를 넣고 약칭으로 민주당을 애용해왔다. 90년대 후반 이후 순한글 당명도 만들어졌다. 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2003년 열린우리당, 2012년 새누리당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도 순우리말을 부분 차용했다.
당명 교체 최고의 성공사례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작품이다. ‘빨간 새누리’라는 파격에 당 안팎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대성공을 거뒀다. 2012년 총선·대선은 이명박정부 말기 레임덕 현상으로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새누리당은 총선 과반·대선 승리를 가져온 옥동자였다.
당명 교체 최악의 실패사례는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당시 여권은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탈당파, 시민사회세력을 주축으로 2007년 8월 창당한 뒤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통해 대선전에 뛰어들었지만 530만표 차이로 참패했다. 다음해 2월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 통합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