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문화 쇄신 난항…軍 보여주기식 운영에 민간위원 3명 사퇴
by김미경 기자
2021.08.18 23:56:23
'해군 중사 사망' 임시회의 직후 의사 밝혀
대통령 지시로 출범 50여 일 만에 난항
군 `수사 중` 이유로 함구, 일부 무력감 토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를 쇄신하겠다며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 50여일 만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위원들이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나란히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18일 합동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17일) 열린 긴급 임시회의 이후 위원 3명이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다. 6월 28일 출범 초기 개인적 사유로 그만둔 2명까지 포함하면 사임 위원 수는 총 5명인 셈이다. 이들 민간 위원 3명은 잇따른 비극에도 군의 안이한 태도와 함께 합동위 운영방식에 회의를 느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위원회 제2차 정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은정 공동위원장(사진=국방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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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의사를 밝힌 한 위원은 전날 위원들이 모인 소셜미디어(SNS) 단체 채팅방에 “뭔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망설이다가 더 이상 그런 마음으로 끌려다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른 위원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사퇴하는 것이 맞는 듯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군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대책기구를 만들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위원들 입장에서는 회의와 무력감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공군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피해자가 발생한 이유를 짚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려 전체위원의 약 40%가 긴급 회를 소집한 건데, 군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 보도 이상의 내용은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꼬집었다.
일각에선 회의 참석자 명단을 두고도 잡음이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원들이 출석을 요구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2함대 사령관, 법무실장, 중앙수사대장, 인권상담구제센터장, 피해자 소속 부대장은 출석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위 명의로 국방부에 전달된 ‘임시회의 개최 계획’ 문건에는 해당 관계자들에 대한 출석 요구가 없었다”며 합동위가 정식으로 요구한 군 관계자들은 전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합동위 내부에선 사퇴 의사를 철회해달라며 위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합동위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도 참여하는 병영문화 개선 기구 설치를 지시해 지난 6월 출범한 대책기구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서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제도 개선 등 4개 분과로 구성,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등 총 80여 명이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