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검사·언론인·경찰 7명 입건(종합)
by이소현 기자
2021.07.12 18:13:12
경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
현직 검사 압수수색 이어 소환 조사도 진행
권익위에 박영수 '공직자' 여부 유권해석 의뢰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현직 검사·언론인·경찰 등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자칭 ‘수산업자’ 김모(43)씨를 수사하는 경찰이 “현재까지 김씨를 포함해 검사, 언론인, 경찰관 총 7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총경급 간부 외에 현재까지 확인된 다른 경찰관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은 금품을 제공한 김씨를 비롯해 부장검사에서 강등된 △이모 서울남부지검 부부장검사, 직위해제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A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던 △이모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모 TV조선 앵커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기존 5명에서 최근 언론인 2명이 추가로 입건했다.
지난달 23일 이 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전개해온 경찰은 11일 오전부터 약 10시간 동안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8일 사표수리)의 소개로 김씨를 알게 된 이 검사는 김씨로부터 고급 시계, 수산물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받은 박 전 특별검사가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공직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유권해석을 지난주 초 국민권익위에 요청했다.
박 전 특검은 3년 전 전직 언론인에게 소개받은 김씨로부터 차량을 제공받았으며, 사후에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같은 사람에게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되는데, 박 전 특검 측은 자신이 공직자가 아닌 ‘공무 수행 사인(私人)’ 신분이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단체·개인 등 공무 수행 사인은 ‘공무 수행’과 관련해서만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에 소속됐으나 공직자가 아닌 위원이나 공무 수행을 위해 민간 부문에서 파견된 사람, 공무상의 심의·평가를 하는 개인·단체 등이 공무 수행 사인으로 규정된다.
권익위는 법조인,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외부위원으로 참여한 청탁금지법 해석 자문위원회의 일부 위원을 대상으로 서면 자문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문 결과를 종합해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고 경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권익위 판단 등을 고려해 박 전 특검의 위법 여부를 따져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인물 가운데 총경급 간부가 포함되는 등 경찰 조직의 부패방지 계획에 대해 “앞으로 반부패 협의회를 통해 세부과제 이행상황을 꼼꼼히 점검하는 등 반부패 추진계획을 내실 있게 실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반부패협의회 권고에 따라 지난 6월 부패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지속 가능한 반부패 추진 체계 구축 방안을 담은 ‘중·장기 반부패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해당 계획은 △선제 예방 △체계적 관리 △엄정한 대응 △청렴 문화 확산 등 총 4개 분야 16개 세부과제를 구성한 바 있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현재 재판을 받는 100억원대 사기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3일 처음으로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4월 2일 김씨를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준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김씨를 구속 송치하기 전인 지난 4월 1일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초기에는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던 김씨가 현재 태도가 돌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상 필요한 경우 적법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