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7.04.04 16:04:35
1분기 신고기준 FDI 금액 9.2% 감소
미국투자 33.5%↓ 중국 투자 56.4%↓
4차산업혁명 투자 늘은 점은 긍정적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가 걱정입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던진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당국과 국회 핵심 관계자를 만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호혜성에 대해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면서 한미FTA재협상 우려를 조금이라도 낮췄다는 평가였지만, 국내 투자를 늘려달라는 요구는 만만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이 ‘샌드위치’격으로 몰아붙이면서 국내 직접투자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들이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을 보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액(신고 기준)은 38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9.2% 감소했다.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은 외국인(외국기업·기관 등을 포함)이 국내기업 지분의 10% 이상, 금액으로는 1억 원 이상 투자한 기업을 말한다. 직접투자 신고액은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향을 반영한 수치다. 신고액이 많다는 것은 한국 경제 펀드멘털에 대한 신뢰가 높고 투자기회가 많다는 얘기지만, 신고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21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담기지 못했다. 트럼프 신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함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 갈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 미국의 국내 투자는 1분기에 3억65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33.5% 급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도 미쳤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제조업 부흥을 일컫는 ‘리쇼어링(해외에 있던 생산 시설이 국내로 이동)‘ 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직접투자가 가장 많은 EU의 투자 역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분기 신고액은 8억76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동기보다 50.3%나 급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진행되고 있고 네덜란드 총선 및 프랑스 대선 등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특히나 1억달러 이상 대형프로젝트 투자는 3억5000만달러에 그치며 1분기에 비해 70.3%나 감소했다.
중국 역시 감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 투자액이 1억6300만달러에 그치며 반토막(-56.4%)이 났다. 사드 보복에 나선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주춤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중국의 국내 투자는 세제 혜택 등을 이유로 홍콩, 싱가포르를 경유해 들어오는 부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중국 중화권의 투자액으로 비교하면 1분기 투자액은 19억3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5.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산업부 역시 이런 점을 근거로 사드 후폭풍이 심각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 자금이 싱가포르와 홍콩을 통해 들어온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성택 산업부 투자정책관(국장)은 “중화권 투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중국 자금이 경유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사드 배치 이후 중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신중해진 점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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