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16.06.13 19:12:14
제일기획 "글로벌 에이전시와 협력 결렬" 공식확인
사모펀드 등 배제.. 매각시 성장 잠재력 기업과 협상 원칙
[이데일리 이진철 김진우 기자] 삼성그룹이 광고계열사 제일기획의 매각추진이 결국 무산됐다. 제일기획은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을 공식 확인했고, 당분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제일기획(030000)은 1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기타 경영사항 자율공시에서 “주요 주주와 글로벌 에이젠시들과의 기존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는 구체적인 결론없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당사 주요주주는 다각적 협력 및 성장 방안과 관련해 제3자와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부터 세계 3위 프랑스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에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제일기획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 지분은 삼성물산(지분율 12.64%), 삼성전자(12.6%), 삼성카드(3.04%), 삼성생명(0.16%) 등 삼성 계열사가 28.44%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제일기획 매각설을 최초 보도한 블룸버그는 지난 1월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 공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제일기획은 2월 조회공시답변에서 “글로벌 에이전시와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중”이라며 답변한 바 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해외 매체 구매대행을 맡아온 퍼블리시스는 아시아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삼성전자를 광고주로 확보하기 위해 제일기획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에서는 삼성전자 광고물량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보장해주느냐 문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회장은 지난 4월 기업설명회에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일기획이 삼성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것도 매각협상에 걸림돌이 된 걸로 전해졌다. 제일기획은 삼성라이온즈(프로야구) 삼성블루윙스(프로축구) 등 스포츠단 다섯 곳을 운영 중이다.
퍼블리시스 매각이 무산된 뒤 재계에선 제일기획이 중국 광고회사 등 제3의 회사를 접촉해 매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기획은 이번 공시는 재추진설을 일축했다.
이는 ‘제일기획의 지속 성장에 부정적인 매각방식은 택하지 않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기획을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수준의 잠재력을 지닌 기업과 매각협상을 한다는 것이 최고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