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 필리핀 인프라 사업 빗장 열다..한·필리핀 정상회담

by이준기 기자
2015.11.18 18:52:30

[마닐라(필리핀)=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한국과 캐나다가 올해 1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커진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을 토대로 과학기술 등 창조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195억달러(22조8000억원)에 달하는 필리핀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길이 트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먼저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FTA 발효로 일부 품목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 캐나다 의회 검토 과정에서 트뤼도 총리가 당시 야당 대표로 FTA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시 야당인 자유당 대표였던 트뤼도는 지난달 19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 지난 4일 총리에 취임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FTA를 토대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고 평가한 뒤 “양국 간 과학기술협력 확대를 위한 과학기술혁신협력협정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도 “캐나다는 생명과학·에너지·해양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 강점이 있고, 우리는 산업기술 ICT 분야의 강국인 만큼 양국 간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협력을 더 확대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만남은 캐나다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43세의 젊은 총리 트뤼도는 지난 10월 캐나다 총선에서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데다, 개혁적인 이미지에 대중 친화력까지 겸비, 전 세계 언론의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날 회담장에 먼저 입장한 박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자, 두 손으로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잡고 인사하거나, 모두 발언 시작 전 “바쁜 정상회의 시즌”(busy summit season)이라며 미소를 짓는 등 ‘훈남’ 매력을 적극 발산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각각 전직 대통령의 딸과 전직 총리의 아들이라는 묘한 공통점도 갖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진 아키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필리핀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타진했다. 이미 대우, 삼성물산 등이 입찰에 참여한 라구나 호안 고속도로 건설(28억달러)을 비롯해 클락 국제공항 확장 공사(2.5억달러), 상글리 포인트 국제공항 건설(100억달러), 남북 통근철도 프로젝트(64억달러) 등이다. 이에 아키노 대통령은 “한국이 공항 신축, 해안도로 건설 등 많은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향후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또 보건 당국 간 추진 중인 보건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및 의학분야 협력 기반마련, 공공보건 정책 및 신종감염병 등 질병관리, 의료기관 간 협력의료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 8월 한·아세안 FTA 추가자유화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FTA 업그레이드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