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슬의 글로벌Pick]스텝 꼬인 中…어떤 답 내놓을까
by정다슬 기자
2020.05.18 17:31:30
경제 부양책 절실한데 부채 부담도 만만치 않아
외자 유치 통해 숨통트려고 했지만
미·중 갈등 새로운 장애물로 '부상'
| △중국 베이징 천안문 앞으로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걸아고 있다.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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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오는 21일 중국이 드디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를 엽니다. 1998년부터 매년 3월 5일에 개최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두 달 넘게 밀렸습니다.
양회는 입법 기능을 갖춘 최고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중국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일컫는 것입니다.
중국은 1년에 한번 전국에서 약 5000명의 인민대표가 모여서 올해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데요. 특히 전인대 개막식에는 총리가 나와서 그 해 정부가 목표하는 경제성장률과 주요 정책 내용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부터 홍콩 시위까지 연일 체면을 구겼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 발원국까지 되면서 대·내외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대표만 5000명, 여기에 같이 오는 사람들과 기자까지 합하면 적어도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이같은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 이렇게 중국은 안정됐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려주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정상화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양회는 2주간 열리는데 이번에는 그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요, 주요 행사 역시 비대면으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는 기자 같은 경우, 코로나 검사는 물론 베이징에 온 후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습니다. 이전
실제 중국의 상황 역시 좋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가 무려 4000명에 달하고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은폐 논란 등 중국 정부의 리더십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난 15일 있었던 중국 통계국 기자회견을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4월 말부터 50% 이상의 기업들이 가동률이 약 85%에 근접(서비스업 기업은 70%, 건설 기업은 60% 상회)하는 등 생산활동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고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7.5% 감소해 지난 3월 대비 8.3%포인트 둔화폭이 축소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하게 억눌렸던 경기가 반등한 것일 뿐, 경기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로 정상궤도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4월 도시조사실업률은 6.0%로 전년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한 상황에서 올해 중국에서 874만명에 달하는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들이 나옵니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정부는 이번 양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차이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내세울지 △어떤 경제부양책을 내세울 지 △재정적자는 얼마나 감수할 지 △이렇게 쓰인 돈은 어디에 쓸 것인지 등이 관심이 쏠립니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다양한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기사 : 중국, 양회 이번주 21일 개막…성장률 목표·경기부양책 주목> 이같은 전망보다는 현재 중국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고민의 결과에 따라 답안 역시 달라질 수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우리는 중국하면 ‘부자’의 이미지가 있지만, 중국의 부채 문제는 현재 심각한 상황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경제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는 부동산과 인프라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면서 고성장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와 기업 부채가 심각하고요, 공식적인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부채까지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5배를 넘는다는 무디스 보고서도 있었어요.
이렇듯 부채 문제는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했기에 시진핑 정부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부채를 관리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같은 노력의 성과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이고요,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사태가 터지면서 이같은 기조는 지키는 어려워졌습니다.
실제 중국은 시진핑 당 총서기 주재로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리고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용 특수목적 채권량을 늘리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인민은행은 올해 2월 발표한 ‘2019년 4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이라는 표현을 삭제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샤오강 정협 위원 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전 주석은 주말에 열린 2020칭화세계금융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인민은행이 무제한적으로 자산을 매입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돈을 시장에 쏟아붓는 양적완화에 저항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지금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마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역시 17일 “인민은행이 직접 특별 국고채를 매입하는 건 피해야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자산 거품을 키우고 위안화 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채와 경기부양이라는 두 가지 딜레마 속에서 중국 정부가 찾은 해답이 바로 외자 유치였습니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빚을 내더라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융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실질적으로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을 몇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개방해왔습니다. 중국 기업들도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힘써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미국 정부와의 마찰입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좋았다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겨우 봉합해놓았던 양국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죠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 수는 9만명으로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미국 군인의 수를 능가했고 8주 사이 미국 실업자는 3650만명 늘어났습니다. 황폐화된 경제에 오는 11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연일 중국 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도 마찬가지인데요, 미국 정부는 미국연기금의 중국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의 회계감사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죠.
‘사면초가’와 같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과연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