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화학사업 분사해 합작사 설립…신·구사업 '두 토끼' 잡는다

by남궁민관 기자
2019.08.07 18:02:41

화학사업부문 분사해 PIC와 합작사 설립
기존 PO사업 글로벌 공략 효과 기대
지분 49% 매각 재원은 신사업에 활용
그룹 반도체 사업 지원 및 동박 사업 강화

SKC 울산공장 전경.SKC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SKC(011790)가 쿠웨이트 PIC와 손잡고 약 1조4500억원 규모의 화학사업 합작사 설립에 나섰다. 기존 화학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지분 절반 가량을 PIC에 매각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SKC 화학사업부문의 PO(프로필렌옥사이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동시에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반도체 및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SKC는 7일 이사회를 열고 화학사업부문을 분사하고, PIC에 분사한 화학사업부문의 지분 49%를 매각해 합작사 ‘SKCPIC(가칭)’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직후 이완재 SKC대표는 무틀라크 래쉬드 알라즈미 PIC 대표와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PIC는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 KPC의 100% 자회사다.

양사는 2020년 1분기 내 합작사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SKCPIC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CPIC는 SKC 화학사업부문의 주력 사업인 PO와 PG(프로필렌클리콜) 생산을 그대로 이어 받게 된다. PO는 자동차 내장재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인 PG의 기초원료다. 이에 더해 SKC는 기존 에보닉과의 합작사인 SEPK 지분 45% 역시 SKCPIC에 넘기기로 했다. 현재 SKC 화학사업부문의 기업가치는 총 1조4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SKC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PO 생산 기법인 ‘HPPO’를 상용화한 데 이어 10년 이상 가동률 100%를 유지해왔다. 2025년까지 글로벌 PO 생산량을 연간 100만톤(t)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에 따라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SKCPIC 설립 역시 이같은 전략 달성을 목적으로 한다.



PIC는 프로필렌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화학사로,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SKCPIC 설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PIC는 다우케미칼 등과 프로필렌, 에틸렌 등 폴리올레핀,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하는 합작사 이큐에이트(Equate)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고, 쿠웨이트 스티렌 제조사 TKSC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쿠웨이트 파라자일렌 제조사 KPPC 지분도 갖고 있다. 2016년에는 SK어드밴스드 지분 25%를 획득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SK그룹과 PIC의 모회사인 KPC가 오랜 기간 동안 진행해온 여러 합작사업에서 쌓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합작사 설립은 다운스트림 강화를 꾀하던 PIC와 PO의 글로벌 진출 강화를 목표로 한 SKC 간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양사는 글로벌 탑티어(top-tier) PO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다른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방안도 계속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C는 이번 SKCPIC 설립으로 최근 추진 중인 반도체, 모빌리티 등 신사업 투자 재원도 동시에 마련하게 됐다. 지분 49% 매각 액수는 약 7100억원 수준으로, 일부 차입금을 상환한 뒤 SKC가 확보하게 될 자금은 556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선 관계자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은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으로 신사업 강화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C는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KCFT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SKC는 CMP패드, 슬러리, 웨트케미칼, 블랭크마스크 등 반도체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