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내일 대규모 상경 집회…경찰은 “철회 요청”

by박순엽 기자
2021.06.14 18:44:50

택배노조, 15~16일 대규모 상경 집회 예정
5000여명 참여 예정…경찰 “엄정하게 대응”
우체국 택배 노동자, 포스트타워 점거 농성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대규모 상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하자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집회 철회를 요청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현재 제출된 사회적 합의안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은 “현재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상경 투쟁을 자제하고, 집회를 개최할 땐 방역 당국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촉구한다”고 14일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오는 15~16일 조합원 5000여명이 참여하는 상경 투쟁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방역 수칙 위반 등 집회 중 불법 사안이 발견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은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방역 당국과 합동으로 집결 현장에서 적극 현장 조치를 하겠다”며 “다수 인원이 밀집해 미신고 집회를 강행하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사법·행정처리 등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택배노조는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방역 상황 등으로 집회 장소가 봉쇄되면 차량 시위로 대체할 계획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체 6700여명의 노조원 중 쟁의권이 있는 5000여명이 투쟁에 참여한다”며 “차량 시위를 벌이게 되면 노조 측 요구를 담은 현수막을 달고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움직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여러 지역에서 오는 노조원들이 많은 만큼 차량을 타기 전 발열 점검을 하고, 명단도 작성할 예정”이라며 “마스크를 벗지 않고, 페이스 쉴드도 착용하게 해 방역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8일 택배 기사 과로사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택배 노사 간 사회적 합의가 불발되자 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노조는 현재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완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매일 4~5시간씩 택배 터미널에서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이 무임금으로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됐다며, 분류 인력 투입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이날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 택배 노동자 120여명은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점거 농성에 참여 중인 택배 노동자는 약 120명이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본부)가 사회적 합의를 어겼다면서 본부의 행태 해결 없인 사회적 합의 타결도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들은 본부가 지난 4일 소포 위탁 배달원들이 연말까지 개인별 분류 작업을 진행하되 그전까지는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본부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며 “지금까지 분류 비용을 수수료에 포함해 지급했다는 것인데, 노동자들이 받아보는 수수료 지급 내역엔 분류 비용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롯데택배 노동자 A씨가 지난 13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데 대해서도 “주 8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을 했는데도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택배 기사들의) 저임금 구조가 충격적”이라며 “정부와 택배사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물량을 줄이라고만 강요하고 있지만, 이후 생겨날 생계문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