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前수장, 고개숙인 現수장…71년 헌정사 `치욕의 날`

by이성기 기자
2019.01.24 15:31:19

''사법농단'' 梁 구속, 전 사법부 수장에서 수감자 신세로
두 차례나 고개 숙인 현직 수장 "국민께 송구"
헌정 초유 사태에 보혁 갈등 사법부 내홍 일 듯

‘사범 농단’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기 송승현 기자] 2019년 1월 24일은 대한민국 71년 헌정사에 `치욕의 날`로 기록됐다. 사법 농단 사태의 정점이자 최고 책임자로 지목된 전 사법부 수장은 수감자 신세가 됐고 현 수장은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전날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명재권(52·27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검찰이 청구한 양 전 원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이 검찰 조사 과정 내내 부인해 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혐의가 법정에서 일부 인정된 셈이다.



국가 3부 요인을 지낸 양 전 원장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사법부는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 기댄 수사`라며 불만을 제기해 온 보수 성향의 일부 고위 법관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 쏟아내며 이탈 조짐이 일고 있다. 반면 개혁 성향의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한 사법 개혁 논의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양 전 원장 구속을 계기로 사법부 내부의 보혁 갈등이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 안팎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두 차례나 허리를 숙였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 현 회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사법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법조 일원인 대한변협과 변호사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면서 “사법부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사법부, 신뢰할 수 있는 법원으로서 국민 앞에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