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에 발목 잡힌 中, 무역전쟁에 주가급락에도 '손발 꽁꽁'
by김인경 기자
2018.06.28 17:22:25
中 빚내서 주식 산 규모 850조원…하락장에 '손절매' 예고
美 금리 인상 추이에 부채 심각…금리인하도 어려운 인민은행
中 정부, 감세·외국자본 투자유치로 난관 돌파 시도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주가가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 역시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을 정책 목표로 삼은 만큼 자금 압박과 유동성 경색으로 문을 닫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십 수년간 누적된 부채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투자심리 저하가 중국 경제를 휩쓸며 미국 리먼브라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전세계를 뒤덮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사회과학원이 후원하는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이 금융시장의 공황 가능성을 홈페이지에 표출했다가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실험실 측은 이 문건은 내부 논의 사항이라며 삭제의 이유를 설명했다.
문건에는 중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세 폭탄을 이유로 증시와 환 가치가 함께 급락하며 중국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최근 5개월 사이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1780조원) 증발했다. 이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하락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국에선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5조위안(847조원)에 이른다. 지난 2015년 상하이 증시 대폭락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대출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을 우려해 보유 종목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증시의 급락세는 오래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기업들의 부도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에서 발생한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올초부터 5월까지 512억위안(8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디폴트 규모인 175억위안의 3배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중국 기업 디폴트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던 2016년(539억위안)을 훨씬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도 부담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으로선 대미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현 수준의 성장률보다 훨씬 내려갈 수 있기 때문. 싱쯔상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달 6일부터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중국의 GDP 성장률이 0.1%포인트 줄어들고 추가 관세조치나 투자 위축이 이어진다면 연 6% 성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어렵다는 게 현재 중국이 처한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정부 부채를 포함한 중국의 총부채비율은 2008년 GDP 대비 160%에서 2016년 258%로 급증했다. 그동안은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도 더이상 여력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유동성을 확충하겠다고 금리를 낮추면 금리를 인상하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욱 커지며 자금 유출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향으로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준율 인하가 인민은행의 정책 방향 변화로 보기 힘들다”며 “중국이 여전히 부채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하반기 중국 GDP 성장세는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며 미·중 무역갈등은 여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통계국은 “올해 중국 GDP 성장률 목표치(6.5%)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다”며 “경기 하락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제외한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및 개인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유치해 분위기를 전환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기업들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를 1%포인트 낮추고 중소기업 과세 소득액 상향선을 추가로 높였다. 또 소득세 정책도 손을 봐 개인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내수를 진작할 방침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에 손을 뻗어 투자를 유치해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하반기부터 은행 자산운용사의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을 없애고 증권·보험사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도 51%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외국인 기관투자자에 대한 차익송금 한도나 보호 예수 기간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전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전세계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데다 수출 비중도 높아 중국발 위기는 다른 국가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G2 국가인데다 우리 경제와 밀접한 만큼 중국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이 안정을 위해 정책을 미세적으로 조정하고 있고 미·중 무역 역시 이슈가 장기화할 뿐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