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수연 기자
2022.07.18 17:49:15
지난 14일 금융위 ''청년 특례 프로그램'' 발표 후 불공정 문제 제기
''빚투'', ''영끌'' 이자 갚아주면 성실한 채무자는 바보된다?
저신용 청년 한정…전체 가계대출자의 0.24%
실제 청년 대출 사유 1위는 주거?생활비 대출 등 생계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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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타임 안수연 인턴기자]정부가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의 재기를 돕는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해 저신용 청년을 대상으로 이자 감면과 상환유예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년층 채무조정 대책에 대해, ‘빚투’로 본 손실까지 정부 예산으로 메워주냐는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 경제 민생회의'에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가계·기업부채 등 민간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최근 금리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취약계층의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논란은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의 장기간 사회적 낙인을 막겠다는 의도인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 신설에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저신용 청년의 빠른 재기를 위해 1년 한도의 신속 채무조정 특례 제도인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이자 감면,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는데 채무 이자율을 30~50% 감면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5.78%(5월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자 절감 효과가 크다.
금융위에 따르면 저신용 청년에게 해당하는 수는 최대 4만 8천 명으로 전체 가계대출 (2천만 명)의 0.24% 수준이다. 저신용 청년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을 141만∼263만 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 채무 조정 제도는 연체 이자만 감면해주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도 이자 감면이나 상환유예 등이 지원된다.
하지만 투자에 실패한 청년층을 정부가 지원하고 나서는 것은, 그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을 오히려 역차별 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주식·코인 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 '빚투'(빚내서 투자)하다 실패한 이들까지 정부가 나서서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것이다.
대학원생 한모씨(25살)는 "전세자금대출 1억7천에 학자금도 조금 남아있다. 신용등급 올리려고 연구실 월급 받으면 이자 갚는 게 1순위였다. 동생이랑 둘이 같이 살면서 전세금 대출 이자를 반반씩 냈는데 이제 동생이 월세를 구해서 따로 나가서 살려고 하고 있다. 동생 입장에서 전세금 대출 이자 반 내는 거 보다 월세를 내는 게 차라리 더 싼 상황이니까" 라며 "신용등급 하위 20%면 정말 생계가 힘들어서 대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코인이나 주식 같은 투자 때문인가라는 의심도 든다. 일단 나는 제외 대상이라는 게 억울하긴 하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도덕적해이' 논란에 같은 흐름의 목소리를 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책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더 중요한것은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이 왜 빚을 내서 주식와 코인 투자를 했냐는 거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 지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대부분 동의한다고 본다. 코로나 때문에 영업을 못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다. 또한 청년들이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됐다면 정부가 채무조정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본인 책임하에 빚을 내서 투자한 것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
김태봉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 청년이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하는 데 있어서 출발점 자체가 생애 소득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차별점이 있어 이것을 외부적인 요인으로 디스카운트 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맞으나 투자와 관련된 채무부담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으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다. 이 부분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할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정책입안자들이 확실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원 대상 포함 위해 의도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시킬 우려도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의 '희망대출'을 받기 신용점수를 일부러 낮추는 소상공인 문제가 있었다. 정부가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한 대출 지원 방안을 내놓자 일부 예비 차주(돈 빌리는 사람)가 신용도를 일부러 떨어뜨려 정책자금을 받는 기현상이 있었다. 내 자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매일 신용점수를 확인해가며 점수를 낮췄던 것이다. 청년 '빚투' 이자 감면에 대해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되지 않을거라 확신할 수 없다.
청년층 대출, 실상은 주거비용·생활비 등 생계 대출이 1위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 기여율은 2018~2019년 30.4%에서 2020년~2021년 2분기 41.5%로 확대됐다. 41.5%를 대출별로 쪼개보면, 전세자금대출(22.3%), 신용대출(13.7%), 주택담보대출(6.6%) 등의 순이었다. 20~30대 빚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거 비용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자금 용도를 살펴보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의 비중이 20대는 45%, 30대는 14%에 각각 달했다. 저신용 청년층에는 코로나19와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20~30대가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층 대출에는 빚투도 있지만, 주거 비용과 생활비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린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불공정 지적에 금융위는 “금융권과 함께 지원대상,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층은 코로나19 기간 중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등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다.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2019년 말 30만3000명에서 올해 3월 말 37만4000명으로 23.4% 증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자감면 등의 혜택을 보는 건 저신용 청년층인 만큼 대상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15일 "(채무 조정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그들이 생태계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와 같은 형태로 도움을 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