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로또가 된 공모주
by권소현 기자
2020.07.09 17:17:2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공모가 4만9000원이었던 SK바이오팜. 7월 2일 상장. 공모가 두 배인 9만8000원에 시초가 결정. 개장하자마자 상한가 직행. 12만7000원으로 마감.
3일 또 상한가. 주말 쉬고 6일 또 상한가. 7일 장중 26만950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폭 줄여 21만6500원에 마감. 상장일 시초가가 상한에서 정해지고, 거래 시작후 상한가 가면 더블(따블) 상한가. 그래서 따상이라고 하는데요. 따상에다가 이틀 더 상한가. 그래서 이 된 겁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상장 후 따상상을 친 경우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공모주를 받아서 7일 장중 고가에 팔았다면 수익률 450%이구요. 못 팔았다고 해도 종가 기준으로는 평가차익 기준으로 수익률이 341%에 달합니다. 요새 이런 수익률 올릴만한 투자처가 또 있을까요.
자, 그럼 실제로 얼마나 벌었는지를 따져봅시다.
주간 증권사마다 경쟁률이 달랐는데 평균 323대1. 이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SK증권에 증거금 1억원으로 공모주 청약을 신청했다면 16주를 받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7일 종가를 기준으로 268만원을 번 건데요. 단 나흘 사이에. 이쯤 되면 공모주 청약 못한 사람들 배가 좀 아프죠.
상한가에라도 사고 싶었던 수많은 개미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주식은 주문하면 다 살 수 있을 줄 알았죠? 아닙니다.
SK바이오팜 거래 두번째날에는 개장 전 동시호가 때 상한가에 매수주문 낸 투자자는 워낙 많고 팔겠다는 투자자가 없어서 찔끔찔끔 매도주문 나오는 물량만 거래가 체결됐습니다.
그럼 동시호가에서 다 같이 상한가로 매수주문 냈는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냐!’고 항의할 수 있을텐데요. 스타벅스 섬머 레디백은 새벽부터 매장 문 앞에서 줄 서면 받을 수라도 있지, 이 주식은 먼저 주문 낸다고 옛다 하고 주식 주는 게 아닙니다.
이런 경우 매물을 배분하는 원칙이 다 있습니다. 동시호가 때 주문 수량이 많은 투자자부터 차례로 100주씩 나눠주고 이후 남은 물량은 또 500주 단위로 나눠줍니다.
그 다음에는 1000주 단위로, 2000주 단위로 나눠줍니다. 그러니 무조건 많은 수량의 매수주문을 내면 살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의도치 않게 모두 체결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SK바이오팜 상장 전까지는 을 찾아볼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죠.
신의 직장이 따로 없습니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은 집 한채 값을 벌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그럼 또 계산을 해볼까요. SK바이오팜은 상장 전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사주를 우선 배정했습니다. 총 244만6931주. SK바이오팜 직원이 4월말 기준으로 임원 6명, 직원 201명으로 총 207명이에요. 1인당 평균으로 따지면 1만1820주를 배정받았겠죠. 팀장급은 2만주 이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7일 종가가 21만6500원이니 한주당 차익이 16만7500원.
2만주 받은 팀장님은 무려 33억5000만원의 평가이익을 올린 셈입니다. 대표적인 부촌인 반포의 대장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평당 1억 시대를 연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실거래가를 보면 가장 최근이 5월인데요. 최고가가 5월31일 20층이 33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겠지만 로열동 로열층 아니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우리사주는 1년 동안 보호예수로 묶여 있어 당장 팔 수 없습니다. 1년 후에 SK바이오팜 주가가 어찌될지 모르는데 평가차익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요. 팔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퇴사. 퇴사하면 대략 한 달 정도 후에 개인 주식계좌로 주식이 입고되고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벌써 SK바이오팜 직원 1명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하죠?
회사 입장에선 고민이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사주는 직원에 대한 복지, 그리고 주인의식 고취, 좋은 인재를 붙잡아두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 큰데 주가가 너무 올라서, 평가차익이 너무 커서 퇴사를 고민한다니요.
상승 기염을 토하던 SK바이오팜이 8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예 마이너스로 거래를 시작해서 점점 낙폭을 확대하는 모습인데요. 11시 현재 전일대비 7.39% 하락. 이 정도면 급락인 거죠. 주가도 20만원선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전날 팔 걸, 하며 후회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고 이럴 때 사야 한다고 매수주문 넣는 이들도 있을텐데요.
과연 SK바이오팜은 적정주가는 어느정도일까요. 주가는 신도 모르는 예측불가의 영역입니다.
SK바이오팜이 상장하던 날 증권사 두 곳에서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요. 유진투자증권은 11만원, 삼성증권은 10만원을 적정주가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상장 첫날 이미 목표주가를 넘어버린 애매한 상황. 보통은 목표주가를 넘어버리면 증권사는 두가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목표주가를 더 높이거나,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물론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SK바이오팜에 대해 증권사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지켜보지요”라는 입장입니다. 증권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궁금해합니다. SK바이오팜이 얼마까지 갈 거 같아?
그런데 왜 증권사들은 다 침묵하고 있을까요? 너무 변동성이 커서 지금은 분석을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사실 바이오업체들은 적정가치를 산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조업체는 지금 생산라인으로 얼마 생산해서 얼마 판매하고 그래서 매출이 얼마, 각종 비용을 제한 영업이익은 얼마 이렇게 추정이 가능하거든요.
바이오업체는 개발 중인 신약이 임상을 통과할지, 상용화되서 실제 돈을 벌어들일 효자가 될지, 아니면 사장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 돈은 엄청 들어가는데 임상절차는 또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롭게요. 바이오업체는 그래서 꿈을 먹고 사는 기업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SK바이오팜은 실제 가시화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이 여럿 있어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얼마가 적정한 가격이냐. 평가하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주식은 펀더멘털 말고 수급도 중요하고, 심리도 중요하거든요.
지금 SK바이오팜이 하락세를 보일 때 사야 할까. 적정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 사람들이 좀 더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하방경직성은 좀 보일 듯 합니다. 바로 코스피200지수 조기편입입니다.
코스피200지수는 펀드의 벤치마크로 활용됩니다. 즉, 코스피200지수와 동일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펀드들이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을 펀드에 담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만큼 코스피200지수에 편입이 되면 이 펀드들이 SK바이오팜을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담아야 합니다.
코스피200 지수는 상장일로부터 15거래일 동안 평균 시가총액을 계산해 코스피 상위 50위(보통주 기준) 이내일 경우 이 가능합니다.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이미 26위였고, 그 뒤로 기차아 LG전자 한국전략 삼성SDS KB금융 신한지주 같은 기라성 같은 형님들 다 제치고 쭉쭉 올라가서 한때 13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8일 하락해서 다시 18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50위권은 ‘안정적’입니다.
만일 SK바이오팜의 조기 편입이 현실화되면 오는 9월 10일 장 마감 후 지수에 들어가게 됩니다. 차라리 계속 상한가고 매물이 나오지 않아 살 수가 없다면 고민이 안 될텐데 하락하니까 살까 말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