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한국당의 길 제시 “英 노동당처럼, 美 공화당처럼”

by김미영 기자
2018.09.06 16:50:34

“영국 노동당, 시장·공동체 역할 중시한 ‘제3의 길’ 택해”
“미국 공화당, 공급자 중심 경제철학으로 개혁조치”
“공천권 없어 힘도 없지만… 인적청산시 계파 갈등 재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 포럼’에서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나라’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존폐 위기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활약 중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영국의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 재건에서 살 길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당의 정책노선을 먼저 새롭게 정립한 뒤 새 인물로 당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그가 제시한 ‘한국당의 가야할 길’이다.

김 위원장은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다른 나라는 어떻게 했는지 보자”면서 영국 노동당, 미국 공화당 사례를 들었다.

1982년 토니 블레어가 이끈 영국 노동당이 ‘신 노동당’을 기치로 중도를 강화하는 ‘제3의 길’을 택한 점을 언급, “시장과 공동체의 역할을 중시하는 노선으로 18년의 암울한 시기를 덮고 지금의 노동당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뒤 몰락의 길을 걷던 미국 공화당 사례도 들었다. 그는 “사람을 내보낸 게 아니라 헤리티지 재단 등에서의 정책패키지, 레이건이란 걸출한 지도자의 공급자 중심 경제철학으로 개혁조치를 해 오늘날의 공화당으로 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국가주도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 등 3가지 모순을 극복하고 고쳐나가야 한다”며 “앞으로 10년, 20년 안에 되면 다행”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성장’ 담론도 구체화해 다음주께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키워드는 그간 줄곧 강조해왔던 ‘자율’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국가주도주의적 성장모델을 갖고 있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겪었다. 이후 자율에 입각한 새로운 탈국가주의 성장모델이 나와야 함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이제는 확실히, 자율의 철학에 입각한 우리의 성장모델을 추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선(先) 가치 재정립, 후(後) 인적청산’ 기조를 유지하겠단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으니 대부분 제게 인적청산을 하라고 한다”면서도 “(차기 총선) 공천권도 없는 제가 인적청산을 할 힘이 있겠나”라고 비대위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인적청산부터 하겠다고 하면 지금 가라 앉아 있는 계파가 다시 뭉쳐서 싸우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당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인적청산을 먼저하는 건 아니다”라고 다시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