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경계영 기자
2016.01.12 18:31:39
한국은행, 중장기 지급결제업무 추진전략 발표
''동전 없는 사회'' 도입 가능성 연구 추진…선진국 모델
원·위안화 동시결제 시스템 구축·한은금융망도 재구축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동전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이미 시행되는 ‘현금 없는 사회’를 모델로 삼아 동전 발급부터 사용까지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다.
한은은 또 최근 중국과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원화와 중국 위안화간 동시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차세대 한은 금융결제망을 구축하고 금융기관간 차액결제 시점을 앞당기는 등 결제 관련 위험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급결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부터 이른바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모델은 현금 사용에 제한을 두는 스웨덴과 덴마크 등이다.
동전 없는 사회를 도입하더라도 동전을 아예 못쓰게 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 5000원을 내고 4500원짜리 담배를 샀다면 500원은 현금 대신 가상계좌나 이와 연계된 선불카드 등에 입금되는 방식이다.
한은은 동전 없는 사회가 도입된다면 동전 발행 비용뿐 아니라 각 소매점에서 동전을 구비하는 비용, 유통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간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박이락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우리나라는 소액결제망이 1980년대부터 일찍이 발달해있다. 이를 활용해 동전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유관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 만큼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내년 중으로 원·위안화 동시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주목된다. 중국은 외환을 거래할 때 시차 없이 바로 결제할 수 있는 CLS은행에 가입돼있지 않아 동시결제가 어려웠다. 오는 2018년에는 이종통화 동시결제 시스템까지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로나 자금관리서비스(CMS) 공동망 등을 이용해 자금을 이체하면 2~9일까지도 걸렸지만 한은은 유관기관과 협의해 이를 단축시킬 예정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차액결제시점을 익일 오전 11시에서 당일 오후로 앞당긴다. 1월12일 낮 12시 ‘갑’이 A은행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을’에게 B은행 계좌로 10만원을 보냈다고 하면 B은행은 A은행으로부터 아직 결제대금을 받지 못했지만 금융망을 통해 을에게 10만원을 내준다. 이런 차액결제는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 이뤄졌는데 이를 11일 오후로 당겨 B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신용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영국 싱가포르 등과 같이 하루에 2~3차례 차액결제를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1999년 이후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던 한은 금융망도 전면 재구축된다. 지금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대내적으로 은행뿐 아니라 일반 기업, 핀테크업체 등으로 결제참가기관이 늘어나는 데다 대외적으로도 국가간 연계가 확대되고 있어 IT 기술을 새로 도입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한은은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열리던 한은 금융망 운영시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축통화 국가의 경우 미국은 오후 9시~익일 오후 6시, 일본은 오전 8시30분~오후 7시 등 10시간 넘게 운영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운영시간이 8시간30분에 그쳤다. 이러다보니 은행 마감시간인 오후 4시 이후에 결제가 몰려 결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