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MB사면’ 안할 듯… 국민여론 부담

by이정현 기자
2022.05.02 17:29:12

부처님오신날 사면 안하는 방향으로 가닥
사면 반대여론 부담… 이재용은 찬성 목소리 높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님오신날 특별사면 카드를 결국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면 반대여론 우세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3일 임기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특별 사면은 단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절차상 특별사면을 위해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전날까지 소집되지 않았다. 심사위에서 사면 대상자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 삼성전자 부회장,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사면할 수 있다고 봐왔다. 이에 정치권이나 재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해당 인사들을 사면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한 바 있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특별사면 단행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최근 ‘불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내부에도 이런 기류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면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공식적으로 사면과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임시국무회의를 추가로 여는 방법 등이 남아 있으나 임기 말 특별사면 단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별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특별사면 여부에 대해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 여론을 살피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임기말 특별사면에 대한 찬성 반대 여론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반대(51.7%)가 찬성(40.4%)보다 많았고, 정 전 교수 역시 반대(57.2%)가 찬성(30.5%)보다 많았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경우에도 반대 여론이 56.9%로 찬성(28.8%) 여론의 두 배에 달했다.

경제인 사면에 대한 응답은 달랐다. 응답자의 68.8%가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했다. 반대는 23.5%, 잘 모름은 7.7%였다.

이 전 부회장 사면은 전 세대, 전 지역, 모든 성별에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압도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45.4%)가 찬성(45.0%)보다 많았다.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는 찬성과 반대 여론이 각각 46.9%, 4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