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감사, 재검토 해달라"…안종범 기업인 사면 관여했나

by조용석 기자
2017.01.13 19:45:38

SK 김창근·LG 하현회, 안 전 수석에게 사면 문자
최순실 빌딩 관리인이 靑 대통령 침실 고치기도
KD코퍼레이션, 최씨에게 청탁 후 현대차 납품 ‘일사천리’
문체부, 블랙리스트 유사문건 최씨에게 건내기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8월14일 자정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최 회장이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지었다.(사진 =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조용석 전재욱 기자] SK와 LG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사면과 관련된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배경 등에 사면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3일 열린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SK와 LG가 안 전 수석에게 사면과 관련해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김창근(67) SK이노베이션 회장은 2015년 8월 13일 안 전 수석에게 “하늘같은 은혜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겠다”며 “최태원 회장 사면 복권에 대한 감사를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은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투자를 한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중이었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면 2년 7개월 만에 풀려났다.

SK는 2015년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지난해 2∼4월에는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또 대전과 세종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고 반도체 사업에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박근혜 정권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사면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안 전 수석에게 감사 문자를 보낸 것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LG 역시 안 전 수석에게 사면 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현회 LG 사장은 지난해 7월 26일 “구본상 부회장이 95% 복역을 마친 상황입니다. 8·15특별사면 대상 후보로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검토해보시고…”라는 문자메시지를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징역 4년이 선고된 구본상(48) 전 LIG넥스원 대표는 이 같은 로비에도 불구하고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최씨가 청와대로 자기 사람을 보내 박 대통령의 침실을 고치게 할 만큼 밀접한 관계였던 사실도 다시 부각됐다. 최씨 소유 미승빌딩 관리인은 검찰 조사에서 두 차례나 청와대에 출입해 박 대통령의 침실 인테리어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청와대에도 수리업무자가 있을 텐데 대통령이 최씨에게 부탁해서 사소한 일까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청탁으로 KD코퍼레이션이 얼마나 절차를 무시하고 현대차에 흡착제를 납품했는지도 드러났다. KD코퍼레이션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회사다. 최씨는 안 전 수석을 통해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KD코퍼레이션 대표 이모씨의 부인 문모씨는 “최씨가 어디에 납품하고 싶은지를 물어 현대차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후 현대차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KD코퍼레이션은 현대차에 1장짜리 사업계획서를 내고 제품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채 10억원대 납품을 하게 됐다.

현대차 구매담당 임원은 “김용환 부회장이 KD코퍼레이션과 거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일반적인 거래업체는 판매자가 직접 와서 제품을 소개하고 물건을 검토하는데 모두 생략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편의를 봐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와 비슷한 문건을 만들어 이를 최씨에게 건넨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철 문체부 정책보좌관이 장애인 연극단체인 ‘다빈나오’ 방모 대표의 정치성향을 분석한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방모 대표의 트위터에 좌파 성향 게시물이 많고 권영길, 안철수 등 야당 정치인과 친구 관계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문건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고 전 이사를 통해 최씨에게 최종 전달됐을 것으로 파악했다.

또 검찰은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안 전 수석에게 “좌파 영화그룹이 오명철을 영진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은 영화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영화계를 이대로 두면 다음 총선에서 쓴맛을 보게 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증거도 공개했다. 이들은 좌파영화 그룹과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 등이 협력해서 좌파 영진위원장을 추대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