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安 '배수진' 쳤지만…文 '마이웨이' 하나

by김진우 기자
2015.12.07 16:32:41

文, SNS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의미심장한 글 남겨
文측 "또 같은 말씀 드리기 어려운 상황" 安 전대 재요청 불가 입장
비주류 결집 나서 "安 나서면 국회교섭단체 구성 어렵지 않을 것"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7일 자정 직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남긴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란 제목의 시다.

안철수 전 대표가 6일 기자회견에서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에 “오늘은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공식 답변을 피하다가 남긴 글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문 대표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 후 서울 여의도를 떠나 지방 모처로 향했으며 문 대표가 자신이 거듭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에 답을 할 때까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고 묻지도 않을 것”이라며 탈당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수용하지 않으면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며 “안 전 대표가 (탈당에)나서면 (국회교섭단체 구성 요건인)20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최후통첩을 했지만 문 대표는 기존의 로드맵대로 ‘마이웨이’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미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도록 했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아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혁신 작업과 함께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것이란 얘기다.

문 대표 주변에서는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재요청에 다시 답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문 대표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전대를 다시 하자는 기존의 말씀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다시 또 같은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문 대표 주변에서는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야권이 분열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압박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비주류의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고 불참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을 포함한 비주류는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구당모임)을 결성하고 문 대표 사퇴와 혁신 전대 개최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창당파들은 안 전 대표의 탈당 후 합류를 요구하면서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통합 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광주 동구) 무소속 의원은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실천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려면 바로 대안의 길, 새로운 신당에 함께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안 전 대표에게 구애했다.

천정배(광주 서구을) 무소속 의원은 “(신당)취지에 공감하는 분들과 열린 자세로 널리 힘을 모아 강한 야당,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강력한 수권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