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년 지지자 도열 요청했나…“50~70대는 안돼”

by강소영 기자
2025.04.11 19:44:09

관저 앞 대학교 잠바 입은 청년들 도열
극우 유튜버 “경호처서 10~40대까지 요청”
“50대, 60대, 70대 분들은 안 된다” 강조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11일 만에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가기 전 정문 앞에 도열한 청년 지지자들과 인사를 한 가운데 이는 대통령 측의 요청이었다는 발언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나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5시 9분쯤 윤 전 대통령은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밝은 모습의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 김건희 여사와 함께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려 관저 바로 앞에 서있던 한 대학교 점퍼를 입은 청년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또 다른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 “윤 어게인(Again)”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고,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에 윤 전 대통령은 머리 위로 주먹을 쥐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관저 입구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배웅할 청년들을 모집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극우 유튜브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는 “관저 쪽으로 가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맞이할 청년 200명을 모집한다”며 “10대부터 40대까지 좌우로 줄을 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원이 확실해야 한다고 경호처에서 연락이 왔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사회자도 대통령 경호처의 요청이라며 “50대, 60대, 70대 분들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인 젊은 지지자 200명은 관저 입구 쪽으로 향했고 고령층의 지지자들은 도로변 쪽으로 모이게 됐다.



해당 장면을 포착한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네티즌들은 “계엄 사태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는데 반성하는 모습은 없다”, “끝까지 지지자만 챙기는 게 대다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젊은 지지자들과 스토리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끝낸 뒤 한남동 관저에서 출발해 서초등 사저까지 21분 만에 도착했다. 사저 앞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였고 “사랑합니다” 등이 적힌 팻말과 성조기를 흔들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도 모여 “김건희 구속” 등을 외쳤고 양쪽의 소음이 격화되자 불편함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저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내부에선 입주자 동대표 명의로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모든 주민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입주민 사이에서도 이웃이 된 윤 전 대통령을 맞이하는 이들과 “마냥 환영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 중 60대 주민은 연합뉴스에 “대통령이 일을 못 하게 묶어두고서는 탄핵해버리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고, 한 40대 주민은 “어쨌든 잘못이 인정돼서 파면된 대통령이다. 무사히 임기를 잘 마치고 돌아온 것도 아닌데 마음 편히 환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약 40명 규모의 사저 경호팀 편성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