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여소야대...윤석열, 첫 시험대는 '협치'(종합)

by이지은 기자
2022.03.10 17:12:43

정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거대 야당 협조 절실
尹 "민주주의 성숙 기회, 야당과 긴밀히 협치할 것"
중도 인사 기용·안철수 역할 부여 등 방법론 주목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협치’는 첫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172석 거대 야당이 버티는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 속, 후보 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만들려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후보 시절부터 이어진 ‘식물 대통령’ 우려는 당선인 신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선 가도에서 국민의당과 합당이 결정됐고 재보궐선거에서는 4개 지역구를 싹쓸이했지만, 여전히 야당의 의석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입법 권력에서 우위를 지닌 민주당이 임기 초부터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다면, 국민의힘의 지원에도 윤석열 행정부의 운신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대패할 경우 책임 공방이 극대화 되는 과정에서 계파의 틈이 벌어지리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득표율이 1% 차이도 채 나지 않는 신승을 거두면서 상대의 내분을 통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첫 인사부터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10일 오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는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일하러 다 국회에 오신 분들이니 믿는다”고 강조했고, 오후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도 “우리가 선거 때는 국민을 앞에 놓고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경쟁해온 거 아니겠나”라며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치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당장 정부 주요 인사 구성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같은 환경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의 인준이 취임 후 6개월께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당 안팎에서는 총리나 장관 등 요직을 중도 성향의 인물로 채우는 방안이 회자된다.

윤 당선인의 ‘정치 신인’ 이미지가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 검찰총장을 지낸 데다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만큼 보수 성향이 뚜렷한 인사들에 비해 정치색이 옅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역시 다양한 전문가들을 기용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경험 부족을 극복하겠다고 줄곧 강조하며 합리적인 민주당 인사들과도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제3지대 다당제를 주장해온 안 대표의 이번 대선 주요 지지층이 중도였던 만큼, 인수위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화학적 결합을 해낸다면 자연스레 민주당의 협조도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수위원장, 초대 총리 등 각종 하마평에서 안 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이를 반영한다.

윤 당선인은 안 대표의 향후 보직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어쨌든 우리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시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