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직자 3000만명 끝이 아니다..'2차 실업 쓰나미' 경고음

by방성훈 기자
2020.05.11 16:46:38

美 주요기업들, 잇따른 정리해고·감원 계획 발표
항공·숙박 등 여행 관련 산업서 대규모 실직자 나올 듯
'최악' 항공업계 "일자리 30% 증발"…"복구 어려울 듯"
美의회-정부 간 이견…5차 부양책 협상은 난항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김정남 기자] 미국이 ‘2차 실업 쓰나미’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의 신규 실직자 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lockdown) 조치가 본격화한 최근 7주 동안 약 3350만명까지 늘어났다. 최근 실업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을 대표하는 많은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우버, MGㅡ리조트 등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들이 이 자리에서 손실을 보고하는 한편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일자리 지표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2차 실업은 올 하반기부터 숙박과 항공, 운송 등 여행 관련산업을 중심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호텔·카지노 업체 MGM리조트는 지난 6일(현지시간) 6만3000명의 직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오는 8월31일부터 해고될 수 있다고 했다. 빌 혼버클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계속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향후 수개월 동안 몇 명의 직원이 복귀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유업체들의 감원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비핵심 운영 부분을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4분의1 수준인 약 19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차량공유업체 우버(3700명)와 리프트(982명)도 감원 결정을 밝힌 바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항공업계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항공업계에 25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오는 9월30일까지 해고나 임금 삭감을 하지 못하도록 단서를 달아놓은 탓에 10월1일부터 실직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실제로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10월1일부로 관리·행정직 인력 30%, 약 345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제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GE는 지난 4일 항공사업 부문인 GE에이비에이션에서 올해 안으로 1만3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고, 보잉도 앞서 전체 인력(1월1일 기준 16만1000명)의 10%를 연내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1450명), 버진애틀랜틱(3150개) 등이 정리해고를 예고한 상태거나 이미 진행 중이다.

필립 배질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항공산업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10월1일 이후엔 비자발적 해고, 조기 권고사직 등으로 미 항공업계 일자리 중 20~30%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코웬앤드코는 미 항공업계에서 궁극적으로는 9만5000~10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2차 실업 쓰나미’ 공포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입으로도 확인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4.7%까지 치솟은 지난달 실업률을 거론하며 “일자리 수치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업 대란은 미 경제 혹은 노동자의 결함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올 2분기 아주 나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CBS 인터뷰에서 “고용 시장이 안정화하기 전에는 실업률이 20%를 넘을 것이다. 5~6월이 실업의 고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지난달 일자리 수치가 매우 나쁘다. 이번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2차 실업 쓰나미 우려에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한 번 더 현금을 지급하는 긴급 재정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주·지방정부 등에 대한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1조달러 규모의 5차 경기부양책 협상은 현재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