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블록버스터 대전…영화株도 흥행 경쟁
by이명철 기자
2017.12.12 17:30:40
기대작 강철비·신과함께·1987 잇달아 개봉
성수기 수혜 기대…高제작비에 BEP 부담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연말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대작들의 흥행 경쟁이 불꽃 튈 전망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봉이 뜸한 틈을 타 국내 기대작들이 잇따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일단 흥행 ‘대박’이 터지면 수익이 껑충 뛰는 특성상 주식시장에서도 영화 제작·배급·투자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흥행에 성공한 곳이 있으면 실패하는 경우도 생기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요 배급사는 잇따라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160550))는 오는 14일 배급작인 ‘강철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정우성과 곽도원이 주연인 영화로 2013년 천만영화인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연출했다. 남북 위기 상황을 담은 첩보액션물로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일에는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할 예정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저승에 간 망자가 삼차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하정우와 이정재, 차태현 등이 출연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쇼핑(023530))이 배급을 맡으며 2편의 영화를 미리 제작해 순차 개봉한다. 2편은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하정우는 이달 27일 개봉하는 또 다른 기대작 ‘1987’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20대 대학생이 경찰 조사 중 사망하는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줄거리다. 김윤석과 유해진도 출연하며 CJ E&M(130960)이 배급한다.
극장가에서 통상 연말연시는 성수기로 분류된다. 크리스마스와 설날 등을 맞아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외국영화 합산 관객수는 2016만여명으로 최대 성수기 7월(2624만명), 2월(2131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올해는 14일 개봉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제외하면 뚜렷한 해외 대작 개봉도 없기 때문에 한국 영화 흥행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이미 주가에도 영화 흥행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NEW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NEW 주가는 지난 11~12일 이틀간 20.4%나 급등했다. ‘강철비’ 호평이 이어지고 넷플릭스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시네마 사업부를 두고 있는 롯데쇼핑의 경우 영화사업 외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며 주가가 하락세지만 ‘신과 함께’ 사업과 투자에 참여한 덱스터(206560)는 상승세다. 영화 티저 예고편을 공개한 9월말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15% 가량 올랐다. 이 회사는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사업 반전을 노리는 CJ E&M의 경우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상장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해소 기대감이 맞물리며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다만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기에는 영화 사업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붙잡는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흥행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군함도’ ‘V.I.P.’ 등 천만관객 돌파가 유력해보이던 영화들이 관객 외면을 받은 바 있다. 흥행 시 수익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이달 개봉 예정작들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기 때문에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위한 관객수가 그만큼 높다. 편당 제작비 약 200억원인 ‘신과 함께’는 600만명 가량을 동원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150억원 안팎이 투입된 ‘강철비’와 ‘1987’도 관객수 400만명은 넘겨야 한다.
한편 올해는 국내 개봉작 부진으로 한국 영화산업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12월 흥행 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달 7일 기준 올해 한국 영화시장 점유율은 48.9%로 6년만에 50%를 밑돌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천만관객 영화가 ‘택시운전사’ 1편으로 구조적인 영화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이달 개봉 예정인 기대작들의 흥행여부에 따라 연간 순성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