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찾은 넷플릭스 부사장…“적극 협상” 약속했다는데

by김현아 기자
2021.11.03 17:20:38

확고한 메시지 없이 급하게 방한한 넷플릭스 부사장
강경 입장→적극 협상 약속으로 발언 수위는 변화
SK브로드밴드와 망대가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넷플릭스
협상 회피에서 적극 협상으로 바뀔지 관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딘 가필드(Dean Garfield)넷플릭스 공공 정책 수석 부사장. 출처: 트위터


어제 오후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오전에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을 찾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내일(4일)은 기자들 앞에 선다.

그는 지난 10월 18일, “플랫폼과 제작업체간 공정 계약과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를 챙겨봐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김부겸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발언)가 있었음에도 며칠 뒤 넷플릭스 뉴스룸에 “다음 ‘오징어 게임’은 무료 인터넷에 달려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오징어 게임’ 같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의 발언 직후 대통령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디즈니+나 애플TV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만 망사용료를 못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래서였을까? 가필드 부사장은 급작스럽게 방한해 정부(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와 국회, 언론까지 일정을 잇따라 잡았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까지 이뤄진 미팅 이후의 분위기를 보면, 뭔가 변화된 확고한 입장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후 예정됐던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과의 면담을 취소했다. 그는 “애초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면담을 계획했으나, 넷플릭스 측이 망 이용대가 등 현안에 대해 진지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만남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고 설명했다.

오전에 가필드 부사장을 만난 김영식 의원과 배석한 김 의원실 관계자도 “가필드 부사장은 두루뭉슬하게 인터넷은 글로벌 환경에 맞게 추진하는게 맞다. OCA(넷플릭스가 개발한 CDN과 유사한 솔루션)이야기만 했다”고 전했다.

다만, 딘 가필드 부사장의 발언 수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왜냐하면 어제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망 사용료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지만, 오전에 김영식 의원을 만났을 때는 “망사용료가 뭔지는 인지하고 있다. 2016년에 유럽에서도 추진했다가 안된 걸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원욱 과방위원장 앞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와 기술적 문제에 대해 통신사와 적극 협상에 나서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원욱 과방위원장 페이스북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넷플릭스, 정당한 망사용료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딘 가필드 부사장은 면담 초기에 넷플릭스로 인한 트레픽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며 망사용료를 내는 것은 한국의 CP기업들이 외국에서 똑같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출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망사용료 문제와 기술적 문제에 대해 통신사업자와 적극 협상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망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한국에 만들어진 유료도로를 사용하면서 ‘미국차’만은 통행료는 내지 않고, 속도가 더 빠른 차를 만들어 짧은 시간 도로를 지나겠다는 것과 비슷한 주장”이라면서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적극적 협상을 통해 망사용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법으로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채무부존재(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 망대가와 관련된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 소송을 내서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넷플릭스가 항소한 가운데, 국회에서 한 딘 가필드 부사장의 약속대로 국내 통신사들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