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부수' 던진 이성윤…"총장 후보가 검찰 신뢰 못해" 비판도

by남궁민관 기자
2021.04.22 17:47:46

김학의 사건 관련 기소 가능성 보도 줄 잇자 위기감 표출
"표적 수사 염려"…수사자문단·심의위 '투트랙' 전략
신청 자격 안 되는 수사자문단 열릴진 '불투명'
일각 "총장 후보가 檢 외부 판단 받겠다니" 탄식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에 연루돼 기소를 목전에 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동시에 신청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자칫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꺼내 든 불가피한 ‘최후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이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외부 판단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진=연합뉴스)


이 지검장은 22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대검찰청에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수원지검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을 들여다보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이 최근 기소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일련의 언론보도에 압박을 느끼며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지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은 오로지 이 지검장만을 표적 삼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를 동시에 신청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둘 중 한 곳이라도 이 지검장에 대한 공소 제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검찰에 반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이 지검장의 신청 중 수사심의위원회 소집만 받아들였다.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이 지검장의 신청 직후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사건 수사 또는 처리와 관련 대검과 일선 검찰청 간 이견이 있는 경우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하는 제도로 이 사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선 “직접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신속한 소집을 요청했다”면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검장의 이 같은 행보에 검찰 안팎에선 불편한 시선이 쏟아진다. 일선 현직 검사는 “이 지검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첩을 요구한 데 이어, 검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그가 검찰에 적극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나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광석화 같이 하겠다’던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고려할 요소가 많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급기야 인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현상이 있다며 이 지검장을 염두에 둔 발언까지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이 이 지검장에게 ‘기다려 줄테니 살아서만 와라’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이 지검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