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점교류로 '제주살이' 인기...지방대 위기 해법 될까

by염정인 기자
2022.08.18 17:08:02

기숙사 3주에 “14만 2천 원”
‘오름트레킹’?‘요트’…“배워”
서울-지방 학점교류…새로운 활기?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제주 한 달 살기는 어느덧 ‘한철’ 유행이 아닌 ‘대학생이라면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막상 ‘제주살이’를 시작하기엔 비싼 체류 비용이 걸린다. 그런데 제주 1달 숙박비를 기숙사 비용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가. 국내판 교환학생 같은 ‘국내 대학 간 학점교류’ 제도로, 올여름을 제주에서 보낸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제주공항 앞 모습(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충북대학교 3학년 박가온(22)씨는 지난해 계절학기로 제주대학교를 다녀왔다던 친구의 말에 이번 여름 제주대 학점교류를 신청해 다녀왔다. 박씨는 “평소 혼자 제주 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4학년 이채연(24)씨도 “국내에서 해외 분위기 나는 여행지고 둘러볼 관광지도 많지 않냐”며 “여름 방학 중 한 과목만 수강하면 되니 부담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학점교류는 자대와 학점교류 협정을 맺은 국내 타 대학에서 교과목의 학점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교류수학’이라고도 불린다. 충북대생이 제주대에서 수업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대학 간 서로 보유한 교육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며, 학생은 타 대학의 교육적 장점을 경험해볼 수 있다. 하계 및 동계 계절학기는 물론 정규 학기에도 운용되는 제도다.

기숙사 3주에 “142천 원

제주대로 학점교류 온 학생이라면 제주대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박씨는 “기숙사 3주를 이용하는데 14만 2000원이 들었다”고 답했다. 하루 투숙에 약 6700원이 드는 꼴이다.

제주대 기숙사 내부 모습(사진=독자 제보)

특히 저렴한 가격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박씨는 “기숙사라 더 안전하다”며 “학점교류 온 친구들끼리 모인 단톡방을 활용하면 여행 동행을 구하기도 쉽다”고 덧붙었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여행하면 택시비도 나눠 낼 수 있다. 이씨도 “많은 사람과 여행을 다녀 다양한 경험을 합리적인 가격에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 수업은 오름트레킹?요트 과목으로



단지 가격 면에서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제주대는 ‘오름트레킹’이나 ‘요트’ 과목을 설치했는데 육지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다. 보통 학점교류 온 학생들은 학점을 얻는 것보단 색다른 경험을 하는 데 중점을 둬 ‘오름트레킹’과 같은 과목들은 수강 신청이 매우 어렵다.

실제 ‘오름트레킹’ 수업을 들었던 박씨는 “더운 날씨에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지쳤지만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또래와 함께 걷고 김밥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트’ 수업을 수강했던 이씨는 “요트 수업은 인기도 많지만 1주일 만에 수강할 수 있다”며 “장기간 제주도에 체류하는 것이 부담인 사람에게 좋다”고 답했다. 또한 실제로 해보니 “요트 과목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1주일 이상 수업이 진행되기 어려워 보였다”고 덧붙였다. ‘오름트레킹’과 ‘요트’ 과목은 비교적 수강 기간이 짧다.

‘요트’ 과목은 ‘윈드서핑’과 ‘요트’로 나뉘는데 학생은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둘 다 기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대기 시간이 긴데, 이씨는 “대기 시간 동안 조원들과 물놀이하며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강 인원 대비 강사님들의 수가 적었던 점은 아쉽다”고 평했다.

제주대 요트 과목 중 ‘윈드서핑’ 수업 진행 모습(사진=독자 제보)

다양한 학교 학생들 만나!

학점교류를 통해 제주에 오는 학생들은 다양하다. 모든 학교는 아니지만, 꽤 많은 학교에서 ‘국내 대학 간 학점교류’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대는 48개 △한양대는 28개 △중앙대는 68곳 △숙명여대는 48개 △국민대는 28개 대학과 학점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박씨는 “내일은 또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하루하루가 기대됐다”고 밝혔다. 이씨도 “예상치 못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던 것이 좋았다”며 “요트 수업이나 오름트레킹 같은 경우엔 조별로 함께 운동해서 조원들과 친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인연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 학점교류새로운 활기?

한편 이러한 학점교류 제도는 대학 간 단점을 보완하자는 윈-윈 전략에서 시작됐다. 특히 서울-지방 간의 ‘학점교류’는 지방 대학의 학생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란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인기 많은 제주대 학점교류 역시 아직 많은 학생에게 생소하다. 지역적 특색이 뚜렷하지 않은 학교의 경우 ‘학점교류’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기 쉽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학점교류’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까. 나아가 ‘학점교류’로 지방 대학가는 새로운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 계속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