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지금이 골든타임'…볼트온 나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by김연지 기자
2022.06.02 16:36:32
글로벌 거래소, 외형 확장에 사업 다각화
M&A로 해외 진출+신사업 확장 전략 눈길
"한국 시장 매력적"…거래소 인수 움직임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기업 입장에서 침체기는 외형을 확장할 뿐 아니라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적기다.”
거래량 기준 세계 2위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브렛 해리슨 미국 대표가 최근 한 외신을 통해 전한 말이다. 가상자산이 하락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FTX를 비롯한 글로벌 거래소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금난을 겪는 해외 거래소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가 하면, 신사업 진출을 위한 파생상품 거래소 인수·합병(M&A) 작업에도 한창이다.
| 가상자산이 하락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FTX를 비롯한 글로벌 거래소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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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투자은행(IB)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FTX는 올해 1분기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국내 일부 중소형 거래소를 상대로 경영권 인수를 논의 중이다. 현재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한국 시장 진출 의지가 뚜렷한 상태다.
아시아 사업 확장에 대한 FTX의 의지는 올해 초부터 본격 포착됐다. FTX는 올해 2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리퀴드’를 인수했다. 세부적인 인수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FTX가 리퀴드의 기업가치를 반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X의 국내 거래소 M&A 시도는 꾸준히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앞서 한 외신을 통해 “(결이 비슷한) 다른 회사를 인수할 만큼 자금 상황이 나쁘지 않다”며 “(인수를 통해) 국가별로 다른 규제 라이선스를 확보, 더 많은 사용자를 품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FTX 외에도 국내 중소형 거래소를 물색하는 글로벌 거래소가 여럿 있다”며 “국내에서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무시 못할 수준이다. 꼭 경영권 인수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 사례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 인구가 남다른 남미·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해당 지역 거래소를 인수하는 사례도 종종 포착된다. 대표적으로 후오비글로벌은 최근 남미 지역 최초의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텍스’를 인수했다. 지난 2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기조에 ‘시장 철수’를 선언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바이텍스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을 위주로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하는 거래소로, 약 2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딜의 구체적인 인수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후오비글로벌은 이를 통해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10%를 차지하는 남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신사업 확장 차원의 M&A 활동도 활발하다. 예컨대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올해 초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페어엑스’를 인수했다. 페어엑스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리 아래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플랫폼이다. 코인베이스는 이를 통해 현물 거래에 머물러 있던 사업 영역을 파생상품 거래까지 확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