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배당제한 6월말 종료"‥무르익는 은행 중간배당

by김유성 기자
2021.06.16 17:12:36

역대 최대급 실적에 당국의 완화된 배당 규제
건전성 우려 여전해 파격 배당은 쉽지 않아

[이데일리 김유성 장순원 기자] 금융지주사의 중간배당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 뒷받침되는데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금융당국도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중간 배당을 막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날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을 6월30일이라고 공시했다. 통상 주주명부 폐쇄는 배당을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은 2005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만 제외하고 모두 중간배당을 한 곳이다. 하나금융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나 배당성향을 20%로 낮췄다. 주당 배당금은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국내 은행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 권고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제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2분기 실적발표 직후인 다음 달 말 중간배당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이 사실상 포문을 열면서 신한금융과 KB금융, 우리금융 등의 배당 기대감이 역시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중간배당을 한 금융지주는 없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고, 다른 금융지주사 역시 배당을 줄인 뒤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대대적인 주주 환원조치를 약속했다. 이달 말 배당 제한이 끝나면 금융지주가 더욱 적극적인 주주 달래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며 “중간배당과 분기배당도 정관에 허용돼 있으니 상황을 봐서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적도 중간배당 기대감에 한몫하고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예상액은 7조5334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2020년 1~2분기)보다 32.2% 증가했다. 배당성향을 높이지 않더라도 수익이 늘어난 만큼 작년보다 더 많은 배당액을 주주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더 이상 배당 규제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정지도를 통해 6월말까지 배당자제를 권고했는데 기간이 끝나면 행정지도를 연장할 계획은 없다”면서 “금융지주 판단하에 배당을 한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해외 금융당국도 배당규제를 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은행 배당제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한이고 은행의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제공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한다”며 “배당 제한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권이 배당에 나선다고 해도 주주들의 기대를 만족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코로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눈치도 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지주들도 건전성을 희생하며 배당을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말배당액의 절반 정도를 중간배당한다고 보면된다”면서 “중간 배당 자체가 우려할 정도로 건전성을 해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 등을 정상화하려면 곳간을 든든히 채워 놓아야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지주의 올 전체 배당성향은 2019년 수준(25~28%)을 넘지 않을 전망도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과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작년과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