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가처분 기각 땐 '기습 주총'…최윤범, 자사주 의결권 부활방안 검토
by김성진 기자
2024.10.16 17:54:18
현 지분율 ‘4.42% 우위’ 최대한 활용
최윤범 측, 주총 최대한 지연시킬 듯
지분율 역전 방안 강구 시간도 필요
임직원에 교부·우리사주에 처분 검토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빠르게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표대결을 펼치려는 배경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압박해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 회장 측에 반격할 시간적 여유를 줄 경우 발생할지 모를 변수를 억제하고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반대로 최 회장 입장에서는 최대한 주총 표대결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반격 카드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법원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판결 직후 임시 주총 소집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MBK 연합은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 소송에 승부를 건다는 입장이다. MBK 고위 관계자는 “우선은 가처분 소송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MBK 연합은 앞서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실질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가처분 소송 결과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보다 앞선 21일께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가처분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승부의 무게 추는 MBK 연합 측으로 확 기운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MBK 연합은 현재 지분율 우위를 앞세워 빠른 표대결에 나선다. 공개매수로 지분 5.34%를 확보한 MBK 연합은 현재 총 38.47%의 지분을 보유해 최 회장 측 지분율(34.05%·우호지분 포함)을 4.42%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양자 간 대결에선 우세한 상황이다. 아직 의결권 환산 지분율로 과반을 넘기지 못했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 및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 등에 따라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과반을 넘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MBK 연합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에서 우위에 있을 때 표대결을 펴는 게 유리한 셈이다.
MBK 연합이 주총 표대결에서 과반을 점할 경우 신규 이사를 대거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려아연 측 인물이 12명이고 영풍 측 인물은 장형진 고문(기타비상무이사)이 유일하다. MBK 연합이 신규 이사 12명을 진입시키면 고려아연 측보다 이사 수에서 1명 앞서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회 이사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 가능한 시나리오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주총 개최를 최대한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분율에서 밀리기 때문에 표대결이 펼쳐지면 이사회를 내주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동시에 고려아연은 MBK 연합보다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시간도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현재 보유한 자사주(2.44%) 중 일부의 의결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꼭 우군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교부하거나,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에도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 가능하다.
MBK 연합이 임시주총 개최 절차를 밟더라도 실제 주총 개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총 개최를 위해선 MBK·영풍이 우선 고려아연 이사회에 주총 소집을 청구해야 한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MBK 연합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고려아연과 영풍이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을 놓고 갈등을 일으켰을 때는 반대로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주총을 열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이때는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실제 주총이 열리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