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영국의 이탈‥LG유플러스 '우군' 얻었다
by김인경 기자
2019.02.18 16:31:05
영국 "화웨이 장비, 우린 쓰겠다"…中 손 들어줘
反화웨이 동맹 강요한 美에 반기
"화웨이 장비 도입" 선언한 LG유플러스에 숨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복잡한 이합집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우방국들을 향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인 영국이 ‘우리는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며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화웨이를 둘러싼 글로벌 갈등이 한층 복잡해졌다. 일찌감치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하겠다고 밝힌 한국의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우군이 생겼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 화웨이의 장비를 쓰더라도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즉, 영국은 중국의 통신장비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화웨이의 제품을 배제하라고 전세계에 압박을 넣고 있는 미국에 ‘뒤통수’를 치는 결정인 셈이다.
로버트 해닝언 전 영국 정보통신본부 본부장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5G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서방국가들이 중국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우리는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미국 입장에서 곤혹스런 상황이다. 영국은 미국과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다섯 개의 눈’(FIVE EYES·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일원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이미 금지했고 캐나다 역시 미국의 손을 들어주며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요구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영국이 미국 진영에서 이탈하면 미국의 압박의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독일 역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대신, 장비의 보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화웨이를 법적으로 제재하려 하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체코나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화웨이 제품 사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이는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숨통이 뜨이는 결정이다. LTE 때부터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던 LG유플러스는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미국의 압력은 LG유플러스에 대한 압력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독자노선에 LG유플러스의 우군이 생겼다는 점을 의미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의 장비의 보안성에 대한 의심은 아직 증거로 확인된 게 아니다”라며 “영국도 그런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2017년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IHS마킷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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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어느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상징이 됐다. ‘사이버 신냉전’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미국은 동맹국을 총동원해 화웨이를 압박하는 전략을 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대통령은 16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중국 법은 화웨이 등 통신기업의 기기나 망을 거치는 모든 데이터에 자국의 보안기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의 안보 파트너들은 이를 인식해야 하며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국이라면 화웨이 사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중국은 기술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데올로기적 편견이나 철 지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백도어(무단 정보유출)이나 정보수집을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하며 회의장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 최초로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중국 제조2025’의 상징이 됐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7년 기준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1위(28%)를 차지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매출액 대비 15%에 달할 만큼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통신산업의 미래를 가를 5G 기술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우려가 서구권의 화웨이 거부사태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화웨이는 사명부터 ‘중화민족을 위해 분투한다’는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기술굴기, 중국의 꿈(中國夢) 최전방에 선 기업이란 뜻이다.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1984년까지 인민해방군 통신장교로 근무하며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화웨이는 100% 민영기업으로 돼 잇지만 런정페이의 지분은 1.4%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분은 직원들이 나눠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화웨이가 유착에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한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미·중 무역협상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지만 화웨이를 둘러싼 기술패권에 대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며 “양 정상이 3월 만나 무역갈등 해소에 동의한다 해도 결국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AFPBB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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