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동인에 따른 둔화" 올 3분기 한은의 수출 진단·전망은
by유준하 기자
2024.11.28 16:00:21
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전통 수출 품목 철강·화학 수출은 부진
수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영향도 ↑
트럼프 2기 행정부 보호무역도 리스크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8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재화수출이 전기 대비 감소한 것과 관련해 일시적 요인 영향도 있었지만 구조적 동인의 영향이 예상 대비 컸다고 진단했다.
앞서 한은이 발간한 경제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10월 통관 수출액은 575억 달러를 기록, 지난 9월 586억 달러보다 둔화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역시 지난 9월 7.1%에서 10월 4.6%로 감소했다.
한은은 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에 이어 내년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우리 무역환경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한은이 발간한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 및 시사점’에 따르면 한은은 한국 수출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동인에 대해 △인공지능(AI) 발전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 보호무역 강화로 구분했다.
한은 측은 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나 여타 범용 반도체는 수요부진 등으로 둔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철강·화학제품 수출도 중국의 과잉공급 등으로 크게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HBM은 고대역폭메모리 약어로 인공지능 시장의 활황이 예상됨에 따라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메모리다. 내년 HBM 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141%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한국의 수출을 보면 인공지능 산업 발전과 중국 과잉생산 영향이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도 분석했다. 한은 측은 “반도체 수출가격은 HBM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나 물량은 정체됐다”면서 “최근에는 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판매 확대도 우리 저사양 반도체 수출 둔화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추격에 대해선 한국에게 큰 위협이라고 짚었다. PC·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되나 인공지능 기능 탑재가 확산될 경우 반도체 수출에 상방압력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특히 중국 반도체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과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생산능력과 기술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한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주목된다.
나아가 중국과의 경쟁은 여러 분야에 걸쳐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자 전통적인 중간재인 철강·정유·화학 등에서는 이미 자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2기 행정부라는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한은은 미국의 대(對)중 고율관세 부과와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통상압력 강화는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하며 한국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 측은 최근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에 대한 통상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규모는 지난해 444억 달러, 올해 500억 달러 이상 달성이 예상된다.
이에 외교·통상 분야에서의 정책적 노력과 첨단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같은 구조적 제약요인들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확보 및 첨단산업 지원 △고부가가치 서비스 육성 △통상압력 완화 및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외교·통상 분야에서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