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한미약품 신약개발 순항...과감한 R&D 투자의 힘

by노희준 기자
2020.09.02 16:23:27

항암신약 오락솔 FDA 우선심사...내년 2월 허가 결정
7월 폐암 치료제 임상 순항→8월 내쉬 치료제 1조수출
최근 10년 R&D에 1.4조 쏟아부어...매출대비 16% 투자

한미약품 R&D 투자규모 단위; 억원 (자료=한미약품)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먹는 항암 합성 신약후보 물질 ‘오락솔’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아 빠른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오락솔을 수입해간 미국의 바이오기업 아테넥스(Athenex)는 1일(현지시각) FDA가 오락솔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시판허가신청(NDA)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면서 오락솔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으면 통상 10개월 걸리는 심사기간을 6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FDA는 내년 2월 28일까지 오락솔 시판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FDA는 심각한 질환의 치료나 진단, 예방에서 효과와 안전성 측면의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한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1년 12월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개발 판권을 아테넥스에 총 계약규모 4244만 달러(487억원)로 이전했다. 아테넥스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오락솔 단일투여와 기존 항암제 파클리탁셀 단일투여의 안전성과 약효를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연구의 1차 평가변수(주평가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이 파클리탁셀 정맥투여 대비 오락솔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객관적 반응률은 치료 후 암이 축소되거나 사라진 환자 비율을 뜻한다



이 후보물질에는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이는 주사 형태로 처방되는 항암제를 알약 형태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존슨 라우 아테넥스 대표는 “최근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암 환자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오락솔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며 “여러 분야의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오락솔 우선심사 지정 외에도 최근 잇단 신약개발 순항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돌려받은 신약후보 물질(에피노페그듀타이드)을 또 다른 미국 제약사 MSD에 1조원 규모로 재수출했다. 7월달에는 미국의 제약사 스펙트럼에 이전한 폐암 및 유방암 신약후보 물질 ‘포지오티닙’이 고무적인 임상 2상 결과를 내놔 신약개발 성공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한미약품의 순조로운 신약개발에는 과감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 102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셀트리온(068270)(1418억원) 다음으로 많은 R&D 비용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에서는 한미약품이 19.20%로 셀트리온을 앞선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의 19%인 2098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한두해 반짝 투자가 아니다. 최근 10년을 보더라도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 평균의 16%를 R&D에 집중 투자했다. 최근 10년간 R&D 투자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복제약에서 개량·복합신약, 최근엔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전략과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오라스커버리 등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적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 전략을 구축했다”며 “아모잘탄(고혈압 치료제), 로수젯(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 차별화된 자체 개발 의약품으로 창출한 캐시카우(현금)를 혁신신약 개발에 다시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