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추락에 피해 급증…중국 4대은행, 원유 관련 상품 투자 중단
by신정은 기자
2020.04.28 16:56:03
중국공상은행 "28일부터 중단…투자자 보호"
중국은행·건설은행·교통은행 등도 이미 막아
"관련 상품 투자 피해자만 6만명…1.5조원 손해"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 대형은행들이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상품 투자를 중단하고 나섰다.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미국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각종 파생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8일 9시부터 관련 상품 투자 개설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상은행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최근 중국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미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등 3곳의 국유 대형 은행이 잇따라 관련 상품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중국의 원유 상품 투자자들이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중국은행의 경우 ‘원유보’(原油寶)라는 상품을 판매했었는데 수만명의 투자자가 원금은 물론이고 빚까지 떠앉게 됐다.
중국 매체 차이신주간은 권위 있는 인사를 인용해 중국은행 원유보 투자자가 6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손해액이 최소 90억위안(1조5600억원)에 이른다고 전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은행 투자자들의 피해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행은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행은 이미 22일부터 원유 관련 상품 신규 거래를 중단했고, 같은날 저녁 건설은행도 공고문을 냈다. 이어 23일 교통은행도 원유시장 가격의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 등 요인으로 신규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가에서는 직접 원유가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서 이런 상품을 통칭해 ‘종이 원유’라고 불린다. 중국에서 은행들은 예금 외에도 채권·펀드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이재’(理財·리차이)라고 부르며 판매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공상은행이 이번에 계좌 개설을 중단한 것은 이 ‘종이 원유’ 상품 뿐 아니라 천연가스, 구리, 대두 등 ‘종이 원유’와 관련된 투자 상품 거래를 포함했다는 것이다. 외환 계좌나 금(귀금속) 통장 계좌 개설을 막지는 않았다.
상하이 로펌인 한롄의 궈쥔둥 수석 파트너는 “원유보 등 상품은 국제 원유 선물 시가를 참조해 실질적으로 은행이 스스로 개발한 상품”이라며 “은행이 스스로 이런 선물 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것이 합법적인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행은 딜러일뿐 아니라 시장의 설립자이고 관리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