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도 두 번 발의된 해임건의, 노무현 수용·박근혜 거부

by유태환 기자
2019.07.17 17:54:24

DJ·盧·朴정권 한 건씩 가결, 朴 나홀로 거부
이해찬 등 20대 의원 5명도 과거 발의 대상
정경두 해임안 표결하면 가결 가능성 상당
평화당 "당 내부서 찬성표 던질 의원 많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1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5당 대표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여야가 17일에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대한 이견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만에 하나라도 해임건의안이 가결될 경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감을 우려하면서 표결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 발의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해임건의안 보고와 표결을 위한 18·19일 본회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정쟁용’이라고 규정하면서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19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15일 발의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72시간 사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이 도입된 이후 발의된 해임건의안은 총 78건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가결되지은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 시절 두 차례 해임건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두관 민주당·정운천 바른미래당·박지원 민주평화당·서청원 무소속 의원이 국무위원 재임 시절 해임건의안 대상자가 된 이력이 있다.

다만 이 기간에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사례는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본회의 문턱을 넘을 확률이 낮은 만큼 가결됐을 때 집권세력이 감당해야 하는 후폭풍은 거세다. 민주화 체제 이후 해임건의안은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권 시절 한 차례씩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임동원 통일부 장관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입법부 의사를 수용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만 유일하게 입법부의 해임건의 요구를 거부했다.

2016년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재수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청와대는 ‘정치공세’라고 반발하면서 해임건의를 일축했다.



당시 야권은 “불통”·“입법부 무시”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했던 민주당은 집권세력이 되면서 해임건의안 상정 자체를 막아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해임건의안을 인사권자가 수용해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 현행 헌법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며 ‘해임건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도 다르지 않다. ‘의장은 그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그 사실을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는 등 절차상 내용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거 본회의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을 묵살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자연스레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본회의 표결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조치란 지적이다.

여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경두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실시할 경우 여당 내 이탈표가 전혀 없어도 가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은폐 의혹과 해군 2함대 허위자백 종용 사건 등에 대한 책임 등을 이유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 발의한 한국당(110석)과 바른미래당(28석) 의석은 재석 과반(149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바른미래당 당적을 가지고 있지만 당 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이번 해임건의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박주현·박선숙·이상돈·장정숙 의원까지 고려하면 찬성표는 더 적을 수 있다.

다만 보수 성향 무소속(강길부·서청원·이언주·이정현) 의원과 민주평화당(14석)이 해임 동의에 동참하면 과반을 넘길 수 있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정 장관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의원들이 다수인 분위기라고 한다.

평화당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 만나 “아직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해임건의안에 대한 중지를 정식으로 모아보지는 않았다”면서도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고려하면 찬성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법의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규정은 그 기간 안에 표결을 하라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