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묵살vs허위보고"…警·靑민정, 김학의 인사검증 진실공방

by이승현 기자
2019.03.26 16:25:26

警 "구두·서면 이어 임명 당일 방문보고
"靑 민정, 내사 단계서 VIP 의중 전달 외압"
민정라인 "경찰이 내사 사실 숨겨" 반박
警 수사지휘라인 이례적 교체도 뒷말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 논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첩보를 묵살했다” vs “허위 보고를 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사건’ 재수사 권고가 당시 인사검증 과정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팀 측은 “(동영상 관련)첩보를 불편해 한 청와대가 묵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은 “애초 경찰이 허위보고를 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과거사위가 당시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중희 변호사의 실명까지 밝히면서 직권남용 혐의 재수사를 권고한 데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검찰의 재수사나 진상 규명 과정을 통해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방은 더욱 뜨거지는 모양새다.

핵심 쟁점은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임명하기 전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경찰 내사 상황을 사전에 보고 받았는지 여부다.

26일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3년 3월 초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동영상 첩보를 확인했다. 그러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했고 이후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VIP 관심사안’ 이라는 의중을 전달했다.

첩보를 바탕으로 청와대에 구두와 서면으로 보고했다는 게 당시 수사팀 주장이다. 청와대가 같은 달 13일 대전고검장인 김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하자 경찰은 당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첩보 내용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15일 예정대로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고,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동영상 의혹이 확산하면서 김 전 차관은 엿새 만인 3월 21일 자진사퇴했다.

이후 경찰 수사 지휘라인 등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단행된다.

4월 들어 본청 수사국장과 수사기획관, 실무부서장인 범죄정보과장과 특수수사과장이 모두 바뀌었다. 매년 말 이뤄지는 경찰 고위직 정기인사 시기가 아니어서 본청 수사라인 전격 교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과거사위는 경찰 측이 주장한 수사 외압 및 부당인사 의혹을 인정했다.

과거사위는 “곽상도 전 수석과 이중희 전 비서관 등이 김 전 차관 범죄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수사지휘 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 해 수사를 방해하거나 사건실체를 왜곡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동영상 감정을 진행하던 국과수를 찾아 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도 수사에 개입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자신의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 설명은 다르다. 수사 대상자로 지목된 곽 의원과 이 전 비서관은 물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경찰이 김 전 차관의 내사 사실을 숨기는 허위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았다.

곽 의원은 전날 “(김 전 차관 인사 검증 당시)경찰에 이 사건을 수사하느냐고 물었더니 수사하는 게 없다고 했다”면서 “하루 이틀 뒤 (김 전 차관) 인사 발표가 나니 경찰이 오후에 찾아와 수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책임자를 허위 보고로 질책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도 “수사국장에게 (김 전 차관) 동영상 관련 첩보가 있는지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계속 없다고 하다가 차관 지명된 날 오후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경찰 보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찰을 진행했고 국과수에 감찰반원을 보낸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게 이 전 비서관 설명이다.

조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영상과 관련해 내사 중이라는 말을 듣고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조 의원은 관련 내용을 보고하니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질책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사가 “본인(김 전 차관)이 아니라는데 왜 자꾸 없는 사실로 사람을 무고하느냐”며 보고를 무시했고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당시 청와대의 경찰 수사 개입과 이후 보복성 인사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