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격전지' 대구 '명운 건' 경남..與野, 자존심 대결

by조진영 기자
2018.06.12 17:09:03

대구, 샤이진보 vs 샤이보수..역전이냐 수성이냐
경남 "김경수 압승" vs "김태호 역전"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신매시장 입구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6·13 지방선거 막판, 영남이 뜨겁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곽이 드러난 다른 지역과 달리 막판까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대구, 민주당과 한국당이 당의 명운을 걸고 겨루는 경남이 있어서다. 민주당은 대구의 신승, 경남의 압승을 외치는 가운데 한국당은 막판 보수 결집으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며 맞서고 있다.

‘보수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다. 현직인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줄곧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뒤를 바짝 쫓고 있어서다. 방송3사(KBS·MBC·SBS)가 칸타퍼블릭,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일 대구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마지막 여론조사를 보면, 권 후보 28.3%, 임 후보 26.4%로 1.9%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휴대전화조사가 80%(유선 20% 응답률 18.1%)이긴 하지만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내로 좁혀졌다.

권 후보는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한국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추격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준비된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현직임을 강조하던 권 후보는 11일 유세에서 “대구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며 보수 결집을 호소했다. 권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2일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임 후보가 전통시장 재건축사업 시행업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선거에 나선 것은 적절하냐”고 압박한 것도 임 후보의 추격세와 무관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신세계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후보는 보수 지지자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바닥에 깔린 민주당 표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11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구에 샤이민주, 샤이진보가 존재한다”며 “대구시민들도 이번에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정치성향을 드러내지 못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에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8~9일 진행된 사전투표 결과 유권자 수가 가장 많고 보수적인 달서구의 투표율이 낮고 김부겸 장관의 지역구가 있는 수성구에서 투표율이 높았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하루 간격으로 대구를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대구 출신인 추 대표는 12일 대구 동구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임 후보와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하루 전 대구 서문시장을 깜짝 방문한 홍 대표는 “TK에서도 버림받으면 당 해체해야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권 후보와는 만나지 않았다. 임 후보측 관계자는 “이제는 바뀌어야한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전통적인 보수층은 투표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측 관계자는 판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대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12일 오후 경남 고성군 고성읍 고성농협 파머스마켓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은 경남 역시 여야가 격하게 맞붙고 있다. 김경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태호 후보에 두 배 가까이 앞서 있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김태호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맞을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후보. 문재인과 원팀”을 강조한 김경수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출정식을 경남에서 진행한데 이어 매일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유세현장에 합류해 대규모 유세를 이어갔다. 덕분에 서부경남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했던 후보들은 처음으로 유세차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12일에는 지난달 31일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점이자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에서 출발했다. 그는 “해운 산업을 위기에서 구하고 경남 경제를 살리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있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재선지사 출신인 김 후보는 상대적으로 보수유권자가 많은 서부경남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문재인정권 견제론과 심판론을 내세웠다. 다만 김경수 후보와 달리 홍준표 대표와는 거리를 뒀다. 김 후보가 출마할 당시 홍 대표가 “재신임을 묻는 선거”라고 규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김경수 후보는) 당선돼도 재선거”라고 주장해왔던 김 후보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한표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김태호가 당선되면 자유한국당이 바뀐다”고 강조하며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가 1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 남부시외버스터미널 일대를 지나며 트럭 위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