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해체수순?…인요한, 용퇴론 이은 공천권 '승부수'에 김기현 거절

by경계영 기자
2023.11.30 17:47:39

국민의힘 혁신위 '주류 희생' 정식 의결
인요한 "공관위원장으로"…김기현 "자리 논란 부적절"
혁신위 조기 종료 가능성에 내부선 "책임 회피"

[이데일리 경계영 이상원 기자]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권고에도 꿈쩍 않던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친윤(親윤석열) 의원 때문에 고심하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승부수를 띄웠다. 혁신위에서 당 주류 용퇴 안건을 정식 의결한 데 이어 혁신위 뜻을 관철하겠다며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그 자리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사실상 거절하면서 혁신위가 동력을 잃고 조기 해산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저 자신부터 먼저 희생하겠다. 이번 총선에 서울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당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상징적 조치를 국민께 보여드려야만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해 국민이 당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답변 기한을 다음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된 12월4일로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혁신위는 회의에서 지난 3일 ‘권고’했던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을 향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을 정식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당내 최고의결기구에 결단을 촉구하며 당 주류에 대한 희생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번 결정은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고 다시 혁신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주류가 혁신위의 희생 권고에도 3주 가량 침묵하는 데다, 이를 두고 혁신위원 일부가 사퇴를 시사하는 등 혁신위 내부 갈등까지 불거진 상황이었다. 총선의 핵심인 공천권 요구 역시 혁신위 의결 없이 인 위원장이 미리 준비한 내용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 위원장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 자리를 갖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갖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혁신안을 지도부에 넘겼으면 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혁신을 촉구할 순 있지만 본인이 공관위원장을 맡을 근거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전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 후 문이 닫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공관위원장 요청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혁신위는 언론 공지를 통해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그저 공관위로 넘긴다는 일반적 입장만 반복한다면 국민은 혁신의 진정성과 당 변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혁신위원장으로서 혁신 의지가 의심 받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혁신위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주류 용퇴론도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바로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출범할 공관위에서 공천과 관련된 혁신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원 개개인에 대한 출마 결정 권한은 최고위원회의가 아닌 공관위 몫이기도 하다.

결국 혁신위 활동이 당초 예정된 12월 24일보다도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이 ‘혁신위보다 더한 혁신을 하겠다’면서 더 강도 높은 안을 발표하는 등 이미 어떻게 혁신안을 녹일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희생보다 더 큰 혁신이 없다고 보고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혁신위 내부에선 조기 해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임장미 혁신위원은 “동력을 잃어 흐지부지되는 방식이라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우진 혁신위원도 “조기 해산은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이고 앞으로 내놓을 수 있는 안이 충분히 많다”고 주장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