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탈바꿈시킨 尹…'권한강화' 사이버안보법 부정적(종합)

by한광범 기자
2022.03.28 18:03:09

국정원 업무보고…"국정원 중추역할 비판 많다"
대공수사권 로드맵 정립 요구…개혁성과 보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랜 악연이 있던 국가정보원이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기밀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 업무 특성에 따라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 및 전문·실무위원들만 참석한 상태로 진행됐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2024년 1월부로 경찰로 넘어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전에 따른 인수위의 우려와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앞서 경찰청 업무보고 당시 요구한 대로 “안보수사 공백이 없도록 로드맵을 정립하고 국정원-경찰청 간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업무보고에서 그동안 진행한 국정원의 개혁 성과와 함께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정원 중심의 ‘사이버안보법’에 대한 처리 필요성을 보고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이버안보법은 국정원 산하 ‘사이버안보위원회’가 각 정부 기관에 사이버 안보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에 대해 국방부와 경찰 등 다른 유관 부처들은 ‘국정원 주도’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위도 ‘국정원 주도’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인수위원들은 “국정원이 사이버보안에 있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거나 심의기구 등 중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여론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인수위 입장은 윤 당선인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국정원의 오랜 정치공작 악습을 끊어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검사 시절 국정원 정치공작 관여 인사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기며 국정원을 강제로 탈바꿈시켰다.

윤 당선인이 대중에게 처음 각인되기 시작한 시기도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댓글 공작’ 검찰 수사팀장 시절이었다. 현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정치 검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수사를 이끌어 강골 검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정권의 정통성이 달렸다고 판단한 정부·여당의 파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당시 윤 당선인이 팀장으로 있던 검찰 특별수사팀은 재판에서 국정원 정치 공작을 “신종 매카시즘(반공주의)”이라고 지칭하며 “국정원 존재 이유에 상충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추가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검찰 지휘부와 충돌하며 수사팀장에서 쫓겨났고 박근혜 정부 내내 좌천을 거듭했다. 윤 당선인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세에 “저는 검찰을 대단히 사랑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후 국정원에 대한 본격적인 적폐 수사에 착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 고위직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은 9번 추가기소 되는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5인 전원이 재판에 넘겨져 이 중 4명에 대해 실형이 확정됐다. 또 댓글 수사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 신분으로 수사방해 공작을 펼쳤던 검사 2명도 수사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윤 당선인이 주도한 국정원 적폐 청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국내 정보 파트를 폐지하고 대공수사권도 2024년 1월부로 경찰에 이관하는 동시에 국회와 감사원 등 외부 통제를 강화했다.

윤 당선인도 국정원 개혁에 대한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평가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국정원의 폐해를 직접 수사했던 당사자인 만큼, 조직 개혁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