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LG·삼성·SK 차세대 배터리 개발

by경계영 기자
2020.11.04 16:40:24

SK이노, 개발 인력 채용으로 적극 대응
LG화학·삼성SDI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일정 '윤곽'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데 이어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다.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는 차세대 배터리 양산 일정을 구체화했고 SK이노베이션(096770)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며 개발 인력 채용에 나섰다.

대전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연말까지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인력 수시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분야는 △전고체 소재 개발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 △리튬 메탈 음극 개발 등으로 차세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소재 개발부터 성능, 수명, 안전성 관련 테스트까지 수행하는 업무를 모두 포함한다.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대로 전해졌다.

현재 모바일부터 전동공구, 가전,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에는 흑연과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이 쓰인다. 양극재인 리튬코발트산화물이 전해질에 있는 용매에 녹아 전기의 원천인 리튬이온을 만들어낸다.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자 4대 소재 가운데 음극 활물질(배터리 내 전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담당하는 물질)을 흑연 대신 리튬금속으로,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대체하는 등 미래 배터리 연구가 한창이다.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인력 채용을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의 기술 우위를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지키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산하 기술혁신연구원이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선행 배터리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턴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를 연 인물이자,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미 텍사스대(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교수와 손잡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일정을 더 구체화했다. LG화학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리튬황,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일정을 소개했다.

LG화학은 양극 활물질로 황탄소 복합체를, 음극 활물질로 리튬메탈을 각각 적용한 리튬황 배터리는 이르면 2024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5배 이상 높다. 희귀 금속이 들어가지 않아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화학은 지난 9월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태양광 무인기의 13시간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사용해 발화 가능성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의 경우 2028~2030년 정도 상용화하겠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2026·2027년께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단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 항공기 ‘EAV-3’이 하늘을 날고 있다. (사진=LG화학)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첫 단독 회동에서 논의한 주제가 전고체 배터리일 정도로 삼성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중심에 있는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은 지난 3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리튬금속을 쓴 음극이 충전되는 동안 리튬이온이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쌓이는 현상(덴드라이트)을 해결한 원천기술을 게재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현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로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을 대상으로 각각 검증을 마치고 2027년 이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는 단일 셀(배터리의 기본 단위) 기준 0.5Ah, 에너지 밀도 ℓ당 900Wh로 타사 0.4Ah, 400Wh보다 더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활용 범위와 수요가 확대된 데 비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 외에 드론, 무인항공기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려면 기술 혁신이 필요해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전고체 배터리. (사진=경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