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있어도 팔아도 '세금폭탄'…집주인 "어쩌라고"

by김미영 기자
2020.07.06 18:20:05

12·16대책 + 6·17대책에 추가 규제 예고
종부세율·양도세율 높이고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종부세와 양도세 동시 강화는 모순…집값 더 올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집을 보유하든 팔든, 세를 놓든 지금보다 세금 부담이 대폭 커질 전망이다. 정부여당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율을 동시에 높이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세법을 바꿀 계획이어서다. 천정부지인 집값을 잡고 ‘투기세력’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단 목적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으면 매물잠김과 집값 상승이 더 커지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는 7일 오전 경제부처 장관들과 녹실회의를 열고 ‘2020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부동산대책을 논의한다. 지난해 12·16대책 중 처리되지 못한 내용과 최근 발표한 6·17대책에 추가 규제를 얹은 현 정부 22번째 대책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대책”이라면서 신속한 처리를 또다시 당부함에 따라, 정부의 새 대책 발표 후 여당의 입법 추진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내용은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부세율 인상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 인상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이다. 종부세의 경우 기존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최대 4%로 올리고, 법인 보유 주택도 6억원 기본 공제 혜택을 폐지하고 최대 4%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 과세표준 12억원 초과인 3개 구간의 상한을 각각 낮추고, 다주택자에 기본 공제액(6억원)을 축소해 세부담을 넓힐 수 있단 관측이다.



투기 세력의 단타 매매를 막기 위해 주택을 보유한 지 1년 미만 혹은 1년~2년 사이에 팔면 양도세율을 더 매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등록(수도권 6억원 이하) 시에 줬던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없애는 방안도 유력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전방위 옥죄기는 정책 목적과 반대 효과를 낳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유하든 팔든 세부담이 더 늘어난다면 다주택자는 세부담 증가 분이 덜한 보유를 택한단 것이다. 매물이 나오지 않아 공급이 줄고 집값은 더 올라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는 수순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와 양도세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며 “1가구 1주택자는 종부세를 낮추고 양도세를 대폭 깎아줘야 정부 뜻대로 실거주 집만 남기고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거두면 민간 임대 공급이 줄어든다”며 “정부가 예측가능성,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역효과를 내면서 조세저항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