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휘는 휴대폰 기술 中에 팔아넘긴 협력사…3년간 6.5조 피해

by노희준 기자
2018.11.29 18:02:30

檢, 코스닥 상장사 A사 사장 등 11명 기소, 2명 기소중지
갤럭시 노트 9 휴대폰 등 액정 화면 적용기술
매출 떨어지자 30년 삼성과의 신의 버리고 기술유출
삼성, 자체 추산 결과 3년간 매출 6.5조 피해 전망

<자료=수원지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가 1500억원 상당을 투자해 개발한 휴대폰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중국에 헐값에 팔아넘긴 협력업체 대표 등 10여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매출이 줄어들자 삼성과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한 첨단기술을 수출로 위장해 중국 회사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기술유출로 3년간 6조5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및유출방지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모바일 패널 제조 설비 등을 제작하는 코스닥 상장사 사장 대표 방모(51)씨 등 11명을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공범인 ‘위장 수출회사’ B회사 임직원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중국업체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휘는 올레드 패널(Flexible OLED) 3D 라미네이션(Lamination)’ 관련 설비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을 중국 수출을 위해 위장용으로 설립한 B회사에 유출하고 그 중 일부를 중국으로 유출해 위장회사가 155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지난 5월부터 석달간 유출한 기술자료를 이용해 위장회사에서 3D Lamination 설비 24대를 제작한 뒤 16대를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이번 기술유출 대상이 된 3D Lamination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 엣지패널 제조라인의 핵심 기술이다. 엣지패널은 휴대폰 액정화면 모서리가 둥근 갤럭시 노트 9 등 고급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6년 동안 38명의 엔지니어, 1500억원 상당을 투자해 이 기술을 완성했다. 이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국가핵심기술이자 첨단기술에 해당한다.



<자료=수원지검>
A사는 2017년 1조원 상당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후 매출 유지가 어려워지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3D Lamination 설비를 몰래 팔아넘기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모바일 패널 제조 설비 제작사로 삼성과는 30여년간 함께 일하면서 삼성의 자동화 설비 제작을 도맡아온 오랜 협력사다.

이들은 A회사 사장의 형수를 대표이사로 한 위장업체인 B사를 설립하고 협력업체의 위장 간판을 단 공장에서 설비를 몰래 제작해 수출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3D Lamination 설비를 헐값에 사들인 중국 회사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겪었던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삼성디스플레이 양산 수준의 품질과 수율(양품률)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기술유출로 3년간 매출이 6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정도가 감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지난 8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첨보를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 이같은 범죄 사실을 밝혀냈다.

김욱준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이들은 수사 등에 대비해 차명폰을 사용하고 사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며 조직적인 범죄에 나섰다”며 “이들이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금 전액에 대해 부동산, 예금채권 등에 추징보전청구를 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첨단기술을 빼돌리는 기술유출 범죄는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최근 더 잦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협력업체의 OLED 관련 기술이 담긴 파일 5130건을 빼내 중국의 경쟁업체에 넘기려 한 연구원 등 7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20개 국가전략 기술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0.4년이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