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또 오르나…‘중량 규제’에 업계 초비상

by신수정 기자
2025.12.02 14:38:46

15일 중량제 시행 앞두고 업계는 생닭 편차로 현장 혼란 우려
콤보메뉴 무게 맞추려면 도계장 선별 인력·비용 증가 불가피
공급가 상승 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 경고 커져
메뉴판 교체 비용은 대형 본사가 부담하며 계도기간 대응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한 마리 치킨은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윙(날개)이나 스틱(다리) 같은 콤보 메뉴는 지금 개수로 팔고 있는데, 이것까지 무게를 맞추라니 난감하죠. 닭이 공산품도 아니고 생물인데 다리 굵기가 다 똑같을 순 없지 않습니까.”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 A씨)

서울 시내의 한 상점. (사진=뉴시스)
오는 15일부터 10대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조리 전 중량 표시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제도의 현실성을 두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양 줄이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생물인 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규제는 오히려 원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는 정부 지침에 따라 가맹점 메뉴판 교체 작업 준비에 착수했다. 가장 큰 난관은 ‘부분육(콤보) 메뉴’다. 지금까지 부분육은 다리 10개, 날개 10개 등 개수(pcs) 단위로 판매됐다. 하지만 중량 표시제가 도입되면 일정 무게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닭은 생물이라 같은 호수라도 무게 편차(Range)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거짓 표기를 잡겠다며 자로 잰 듯한 정확성을 요구하면, 결국 도계장(도살장) 단계에서 이를 선별하기 위한 추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별 비용 증가는 곧 가맹점 공급가(매입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치킨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경고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량 기준을 ‘튀김옷(파우더+물반죽)을 제외한 순수 생닭’으로 확정한 것을 두고도 현장의 반응은 복잡하다. 업계는 “조리법마다 제각각인 튀김옷 두께를 배제하고 생닭 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면서도 사후 검증 과정에서의 마찰을 우려했다.



소비자가 배달받은 치킨의 무게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집에서 튀김옷을 다 벗겨내고 무게를 잰다 해도,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갔기 때문에 표기된 생닭 무게보다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와의 분쟁이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그램(g) 대신 호수(Size) 표기를 허용한 점도 여전히 논란이다. 소비자는 10호 닭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양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호수만 표기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반쪽짜리 정보를 주는 것”이라며 “투명성을 위해서는 ‘생닭 기준 000g’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 병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가맹점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메뉴판 교체 비용’은 대형 본사들이 떠안는 분위기다. bhc 측은 “메뉴판 수정 등에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본사가 제작해 배포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법적 의무 사항인 만큼 계도 기간(내년 6월 말) 내에 순차적으로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제도 시행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상위 10개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이번 규제가 중소형 브랜드로 확대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본사들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중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논의를 해봐야 하는 내용이지만 어플에 내용을 변경하는 부분은 안내를 한다고 해도 나이가 많은 점주분들은 이를 어려워할 수도 있어 본사의 지원이 필요한데 본사인력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메뉴판 변경 비용 역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