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CEO 운명 갈랐다…'보험사, 연임 vs 카드사, 교체'

by김형일 기자
2024.12.09 19:11:29

신한금융, 이영종·강병관 1년 연임…“사업성과 인정”
신한·삼성·국민카드는 교체 ‘사업 확장·업계 1등’ 주문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연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카드사 CEO의 희비가 엇갈렸다. 실적 성장을 이룬 보험사CEO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부분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반면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카드업계는 대거 CEO를 교체해 안정보다는 쇄신을 택했다.

1년 연임에 성공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왼쪽)와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사진=각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5일 13개 자회사 중 8곳의 사장을 교체했지만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각각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이 대표는 우수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신한금융은 “톱(TOP) 2를 전략 목표로 전방위적 혁신을 이어오고 있다”며 “톱 티어 생보사로 도약을 위한 성장전략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467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9.24% 성장했다. 공격적인 영업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반기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규제 이후에는 건강보험으로 전략을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한라이프는 업계 2위 한화생명과의 순익 격차를 1115억원까지 좁혔다. 미래 수익성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올 상반기 7조원으로 업계 3위인 교보생명(6조1331억원)을 앞섰다. 강 대표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지혜롭게 극복한 점,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한 점을 인정받았다.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보는 출범 초기인 탓에 올 3분기 140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으나 적자 폭이 다른 디지털 손보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강 대표는 상품 포트폴리오 중심축을 미니보험(소액 단기보험)에서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 보험(운전자보험·건강보험)으로 옮기고 있다. 신한EZ손보는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수익성 증대를 위해 변화를 택했다.



KB라이프생명은 이환주 대표가 KB국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표를 교체했다. 후임으로는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KB금융그룹은 정 신임 대표에 대해 “재무, 전략 등 주요 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보유한 경영관리 전문가다”고 소개했다.

카드사 CEO들은 대거 교체됐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문동권 대표가 통상 1년 연임하는 카드업계 관행을 깨고 물러났다. 올 3분기 신한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5527억원으로 17.8%나 성장했지만 업계 2위 삼성카드(5315억원)와의 격차가 200억원대로 좁혀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문 대표 후임으로 박창훈 페이먼트(Payment)그룹 본부장을 임명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및 영업 관련 핵심부서를 거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는데 적합한 인물이다”며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 삼성카드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삼성카드를 이끌어 온 김대환 대표를 5년 만에 교체했다. 건전성 위주의 경영으로 업계 최하위 연체율을 기록하는 동시에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축소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등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김 대표 후임으로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대표를 임명하고 “금융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결제·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과 데이터 혁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었던 이창권 대표도 교체됐다. 국민카드가 올 3분기 3704억원의 누적 순익을 달성하며 지난해보다 36% 성장했지만 KB금융지주는 1등 카드사로의 도약을 주문했다. KB금융은 이 대표의 후임으로 김재관 재무담당(CFO) 부사장을 임명하며 “기민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을 통해 1등 카드사로의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경영관리 역량을 보유했다”고 언급했다.